은밀하고 위대한
2023년 5대 테크 트렌드

지난 2022년 기술 트렌드는 어떻게 흘러갔을까? 좋은 말을 하진 못한다. 누군가는 이렇게 말했다.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생긴 유동 자금을 바탕으로 2년 내내 파티하다가, 숙취로 쓰러진 모습이었다고. 혼란 속에 인기를 얻은 건 생성 AI다. 연초에 글만 입력하면 그림을 만드는 AI가 공개되어 인기를 끌더니, 연말에 등장한 글 써주는 인공지능 챗GPT는 많은 사람에게 충격을 안겨줬다.

2023년에도 이런 흐름이 그대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과대광고로 기대와 투자금을 모으던 시기는 지나갔다. 좀 더 유용하고, 수익을 내는 기술이 인기를 끌 것이다. 실망하지는 말자. 정중동(靜中動)이라고, 은밀하지만 위대한 기술이 숨어 있을지도 모른다. 2023년 어떤 기술이 트렌드로 떠오를지 살펴보자.

가까이 다가온 혁명 : 생성 AI(Generative AI)와 챗GPT

기술이 발전하는 단계에서 이용자가 많이 늘어나는 순간이 있다. 해당 기술을 몰라도 누구나 쉽게 기술을 쓰는 방법이 만들어지는 때다. 2022년 인공지능이 그런 순간을 맞이했다. 이용자가 요청하면 적당한 그림을 만들어주는 Dall-E2와 미드저니, 스테이블 디퓨전 등과 적당한 글을 써주는 챗GPT가 공개되고 나서다.

주문 사항만 입력하면 바로 콘텐츠를 생성한다. 이런 인공지능을 생성 AI라고 부른다. 쓰기 쉬우니 많은 사람이 다양한 응용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여러 활용 사례도 생겼다. 이미 돈을 벌고 있는 회사도 있고, 투자도 늘었다. 이에 질세라 구글과 메타(구 페이스북), 아마존도 자체 생성 AI 기술을 선보였다.

2023년에도 생성 AI는 자주 화제에 오를 전망이다. 우선 쓰는 분야가 확 넓어지고 있다. 영상과 텍스트, 이미지 제작을 비롯해 프로그램 코딩, 검색엔진, 법률 문서 작성, 건물 설계, 게임, 신약 제조 및 AI 학습용 데이터에 이르기까지 많은 곳에서 생성 AI를 적용하는 작업이 진행 중이다. 시각, 청각, 언어 같은 여러 감각을 동시에 이용하는 멀티 모달 AI에 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더불어 법적, 윤리적, 도덕적 문제가 거론될 일도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매터(Matter)로 꽃피울 스마트홈 기기

매터 1.0은 2022년 말 구글, 삼성, 아마존, 애플 등이 참여한 CSA(Connectivity Standards Alliance)에서 출시한 새로운 표준이다. 개방형 스마트홈 연동 표준으로, 어떤 회사에서 만든 제품이든 상관없이 이 규격을 따르면 상호 연결 및 제어가 가능하다. 그동안 스마트홈 시장에 큰 장애가 됐던, 상호연동성 문제를 해결한 표준이다.

앞으로는 어떤 회사에서 만든 어떤 기기를 사든, 매터만 지원하면 서로 붙여서 쓸 수 있다. 아직 초기 버전이라 스마트 전등이나 스위치, 원격 카메라, 도어락 같은 작은 제품에만 사용할 수 있지만, 앞으로 대형가전이나 로봇 청소기 등에서도 지원할 예정이다. 아마존 에코 및 구글 네스트, 애플 홈팟(2세대) 제품이 매터를 이미 지원하거나, 지원할 예정이다.

시장 조사 기관 옴디아에선 2023년 출시되는 가전제품의 약 44%, 4억 2천 4백만 대가 매터를 지원하리라 전망했다. CES 2023에서도 매터를 적용한 다양한 스마트홈 제품을 많이 만나볼 수 있었다. 가정용 전기료가 계속 올라가는 세상에서, 스마트홈은 그저 편리한 기술이 아니다. 집이 하나의 로봇이 된다면, 스스로 전기료를 아끼는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다. 장애인이나 노인이 살기 좋은 집을 만들 수 있음은 물론이다. 문제는 이용자가 그 가치를 인정하느냐 아니냐다.

예고된 미래 : 전기차와 차량용 소프트웨어

2022년 8월 미국에서 인플레 감축 법안(Inflation Reduction Act, IRA)이 발효되면서, 미국 전기차 시장에 대한 투자가 급격히 늘었다. 조건을 맞추면 전기차 구매 시 대당 7,500달러의 세금을 공제해 주기로 했기 때문이다. 더불어 전기차에 들어가는 전기/전자 장비와 소프트웨어 개발 업체들도 새로운 제품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CES 2023에 복귀한 구글, 아마존, MS 같은 빅테크 기업이 내세운 것도 모빌리티 관련 제품이었다.

전기차로 전환이 빠르지 않을 거란 전망도 있다. 배터리 비용이 상승하고 안전 문제가 불거진 탓이다. 하지만 전장 기술과 차량용 소프트웨어는 전기차에만 쓰이진 않는다. 소프트웨어는 이미 차량 시승 경험에서 매우 중요한 부분이다. 인포테인먼트, 운전 보조 시스템으로 이미 쓰고 있고, (언젠가 나올지도 모를) 자율주행 차량을 위한 기반으로도 쓰일 예정이다. 계속 업데이트되어야 한다는 특징을 가지는 만큼, 앞으로 차량용 소프트웨어 구독이 중요한 비즈니스 모델이 될 것으로 전망하는 사람도 있다.

당장 올해부터 출시되는 차량 운전석 콕핏이 디스플레이 중심으로 크게 바뀌고 있다. 내년에는 미국에서 전기 트럭이 줄줄이 공장에서 나올 예정이기도 하다. 마이티플라이(MightyFly)같은 자율 화물 운송 드론도 연구 중이고 자율주행 선박도 상용화를 목표로 실증 실험을 진행하고 있으니, 향후 2~3년간 모빌리티 분야에서 다양하고 실용적인 혁신을 볼 수 있겠다.

메타버스와 확장 현실

올해 메타버스는 3D 아바타 채팅 프로그램에 가까웠던 형태보다는 실용적인 서비스로 성장할 예정이다. 예를 들어 엔비디아의 옴니버스는 3D 그래픽 기술을 활용한 시뮬레이션이다. 자율주행차를 비롯해 로봇, 공장 자동화 소프트웨어 등 여러 가지를 디지털로 복제하고, 실제로 작동하는지 테스트할 수 있다. 3D 콘텐츠를 쉽게 만드는 기술도 등장했다. 현장 사진을 찍어서 바로 디지털 트윈을 만들거나, 현실 인간을 스캔해 바로 화면에 등장시킬 수도 있다.

VR 및 AR 기기에 관한 관심도 커질 것이다. 애플에서 새로운 VR 헤드셋을 출시한다는 예상도 있고, AR 글래스 관련 기술도 꽤 괜찮은 수준까지 올라왔다. 현재 가격 장벽에 부딪혔지만, 좋은 사용 사례가 늘어나면 많이 보급되리라 생각한다. 무안경 3D 디스플레이 기술이 확산할 거라는 전망도 있다. 3D 프로그램으로 디자인한 제품을 바로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소비자 시장은 아무런 변화가 없을까? 언제나처럼 애플의 움직임을 두고 봐야 한다. 소문대로 올해 애플이 XR 헤드셋을 출시하고, 그 제품이 멋있게 받아들여진다면 새로운 시장이 열린다. 경로 의존성을 감안하면, 게임을 하거나 영화를 볼 수 있는, 눈에 쓸 수 있는 대화면 디스플레이로 먼저 받아들일 가능성이 크다. 가상현실을 체험하는 용도는 그다음이다.

지속가능성, 대세가 되다

냉정하게 말하자면, 지속가능성이라 쓰고 규제라고 읽는다. 급격한 기후 위기 상황을 맞으면서, 지속가능한(친환경적인) 기술 제품은 대세가 됐다. 단순한 트렌드가 아니다. 고객사가 지속가능한 제품을 만들어 납품하라고 요구하기 때문에, 반드시 따라야 하는 경우가 많다. 국제적인 규제도 한몫한다. 예를 들어 올해부터 EU에 TV를 판매하면 에너지 효율 규제를 받는다. 이 때문에 많은 전력을 쓰는 8K TV 제작사는 판매를 포기하거나, 아예 생산을 중단하거나, 전기를 적게 사용하도록 성능을 낮추고 있다

덧붙여 수리할 권리를 보장하는 제품도 일상화하고 있다. 작년에 출시한 애플 아이폰이나 MS 서피스 프로 같은 제품은 겉으론 큰 변화가 없었지만, 수리하기 쉬워졌다는 공통점이 있다. 미국과 유럽에서 강력하게 수리할 권리를 보장하라는 지침이 만들어진 탓이다. 한국에서도 곧 관련 기준을 만들 예정이다. 아예 소비자가 직접 부품을 교체할 수 있는 노트북이나 스마트폰도 계속 제품으로 나오고 있다.

이요훈 칼럼니스트
2023.0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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