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으로 <워’무’케이션> 간 한 팀장의 이야기

[아내와 아이가 베트남으로 이사를 간다]

“오빠, 나 베트남 붙었어.”

전화기 너머 아내는 상기돼 있었습니다. 예상 밖입니다. 떨어질 줄 알았는데, 한 번 만에 붙었네요. 경험 삼아 도전해 보라 응원은 했습니다. 그런데 몰랐습니다. 이렇게 ‘개선장군’으로 돌아올진요. 아내가 베트남 회사로 자리를 잠시 옮기게 됨을 알려온 그 순간, 저의 고민도 제 목덜미에 붙었습니다. ‘그럼 나는 회사를 어떻게 하지.’

알록달록 ‘아오자이’의 나라, 베트남

결혼 12년 차. 저희에겐 아이가 둘 있습니다. 올해 우리 나이로 10살, 8살. ‘부모로서 아이에게 물려줄 수 있는 가장 큰 유산은 살아있는 경험이다’란 보육 철학을 갖고 있습니다. 저희는 수도권에 있는 거의 모든 박물관, 체험장은 다닌 것 같습니다. 코로나가 휘몰아치기 직전까진요. 2년간의 코로나 팬데믹으로 갇혀 지낸 탓일까요. 엔데믹으로 전환되는 순간, 우리의 시선은 밖으로 향했습니다. 그리고 아내에게 물었습니다.

“당신 회사에는 해외 주재원으로 갈 방법 없어?”

“에이 그런 거 없어.”

“혹시 모르니 한번 알아보는 건 어때?”

사실 제겐 해외 주재원의 뜻과 꿈이 있었습니다. 대략 20여 년 전, 대학 졸업을 1년 앞두고 호주로 어학연수를 갔었더랬습니다. 짧은 거주 기간의 대학생이 할 수 있는 일이라곤 당연히 ‘블루칼러’의 알바 기회만 있었습니다. 새벽에 일본인 식당에서 초밥을 만들고, 낮엔 어학원을 다니고, 그리고 저녁엔 주상복합을 청소하는 거친 삶. 그래서 부러웠습니다. 브리즈번, 시드니 시내에 눈부시게 하얀 와이셔츠의 소매를 걷고 당당하게 걷던 아시아인들을 보면서요.

‘언젠간 나도 해외에서 멋지게 근무하는 현실을 맞이하자.’

하지만 제겐 그런 기회가 쉽게 오지 않았네요. 제 업무의 특성이 가장 컸었고요.

그래서 등 떠밀었습니다. 제 아내를요.

그렇게 시작된 제 아내의 해외 주재원 프로젝트의 결과는 ‘합격’의 목걸이였습니다. 한 번의 도전만에요. 그리하여 제 아내와 아이들은 베트남으로 가게 됐습니다.

오토바이 ‘라스트 마일’에 특화된 나라, 베트남

[워‘무’케이션(Wo-Mo-Cation)으로 떠난다]

가족이 해외로 장기간 이주를 하게 된 상황. 저의 고민을 같은 실 내 한 팀장님께 털어놓았습니다.

“강 팀장님도 워케이션 대상 아닌가요? 그걸로 한번 다녀와 보세요.”

눈이 번쩍 뜨였습니다. 해외여행이 아닌 이주다 보니 남편의 힘과 도움이 초기엔 있어야 했습니다. 그 시기를 워케이션을 이용해 힘을 보탠다?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제도 활용이 아닐까 싶었습니다.

저는 2012년 우리 회사로 경력 이직을 했습니다. 그러니까 지난해가 근무 만 10년, 워케이션 제도 활용이 가능한 상황이었죠. 그러나 이 제도가 소개되고 제가 사용한다고 생각해 본 적이 없습니다. 팀원이 아닌 팀장으로 사용이 가능할까? 물음표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워케이션 제도 활용에 대해선 저희 팀에서 제작하는 웹진(GLOVIS +)에 자주 소개했었기에 그 장점에 대해선 익히 알고 있었습니다. 웹진에 워케이션 체험기만 따로 빼 코너도 만들었습니다. 참여자들은 가깝겐 국내 제주도로, 멀게는 프랑스 파리와 인도네시아 발리 등으로 목적지도 다양했습니다. 원고를 읽을 때마다 참여자들의 만족도가 높다는 걸, 그들의 행복이 글 한 자 한 자에 녹아 있다는 걸 느낄 수 있었습니다.

다만 보직자로 사용은 주저했습니다. 과연 팀장이 쓸 수 있을까? 옆 팀장님의 권유를 받고, 제도 사용을 윗 분께 조심스레 여쭸습니다. 돌아온 대답은 “잘 사용하고, 가족 케어 잘해라.” 였습니다. 이후 팀원에게도 미안한 마음을 담아 양해를 구했습니다. 모든 분이 참 고마울 따름입니다.

여행이 아닌 이사. 캠핑으로 쌓은 ‘테트리스 내공’. 카니발 트렁크에 이민 가방 4개, 28인치 캐리어 2개, 20인치 캐리어 4개 차곡차곡

Work+Move+Vacation, 워‘무’케이션. 제가 붙인 조어입니다. 해당 제도에 저의 상황을 표현한 말로요. 해외 이주에 방점을 두고 시작한 저의 워케이션. 회사의 좋은 제도 도입으로 인해, 저는 가족의 해외 이사(Move)를 잘 진행할 수 있게 됐고, 지금의 이 글도 베트남에서 작성하고 있습니다.

그래, 가자 베트남으로. 출발하는 기내 안에서 가족 기념사진 ‘찰칵’

5시간 만에 영하 2도의 나라에서 영상 35도의 나라도 이동.
호치민 ‘탄손누트국제공항’ 전경

[해외에서 팀장의 업무를 한다]

새집이라 이사 후 대청소는 세입자의 몫

청소 후 베란다에서 바라본 전경. 바로 앞이 호치민 고급 빌라, 부자 마을이다

새집이라 하자보수는 세입자의 몫. 현지 업자 불러 창틀 불량, 싱크대 누수, 현관 문틀어짐 손보는 일상

아무래도 해외 이사다 보니 챙겨야 할 점이 정말 많았습니다. 먼저 가족이 살 집을 구해야 했습니다. 베트남에 도착해 현지 부동산을 돌며 발품을 팔았습니다. 그리고 여러 집을 보고 마음에 드는 집을 구했습니다. 입주 후 인터넷 개통도 스스로 해야 했고요. 워케이션의 장소가 호텔이 아니다 보니 각종 가구도 제가 마련해야 했습니다. 업무를 볼 책상을 현지 인터넷 쇼핑몰에서 구입해 직접 조립도 했습니다.

워케이션의 생명 줄 ‘인터넷 와이파이 공유기’ 설치. 베트남의 인터넷 해저 케이블을 상어 떼가 뜯어먹어 인터넷이 불안정하단 기사는 그 어떤 공포영화보다도 무서웠다

가내수공업, 목공 공방으로 변한 듯한 느낌적임 느낌. 한국에서 가져간 십자드라이버 하나로 ‘맥가이버’로 변신

여담인데 베트남은 역시 ‘오토바이 천국’입니다. 즉, ‘라스트 마일’에 최적화된 나라가 아닐까 싶습니다. 역시 수요와 공급의 법칙은 명확합니다. 오토바이가 많으니 인터넷에서 주문한 책상과 선풍기 배송이 오히려 익일 배송보다 더 저렴한 ‘마법’을 경험했습니다. 한국으로 치면 퀵서비스, 당일 배송 비용이 더 비싼데 말입니다. 경험해 보니 몇 가지 사업/영업 아이템도 자연스레 눈에 들어오네요.

듀얼 모니터로 사용하기 위해 인터넷 쇼핑몰 ‘라자다’에서 주문한 27인치 모니터. 너무 더워 구입한 선풍기. 모두 오토바이로 배송.
선풍기는 ‘당근’에서 구입하지 않았는데, 언박싱된 채 비닐로만 포장돼 배송 왔다

자, 베트남에 도착하고 눈코 뜰 새 없이 모든 세팅을 마쳤습니다. 팀원들하고 업무는 문젠 없을지 워케이션 시작 전날 가져간 회사 컴퓨터 세팅 또한 점검을 마무리했고요.

그럼, 업무를 시작해 보겠습니다. 베트남은 한국과 시차가 -2시간입니다. 제 근무 시간은 한국에 맞췄습니다. 한국 시각 오전 7시 전에 인트라넷과 팀즈에 접속합니다. 그리고 업무 준비를 시작합니다. 8시 일과에 들어가면 출근한 팀원들과 함께 업무 논의를 합니다. 평소 한국에서 해왔듯, 팀즈 화상회의 M채널 채팅을 활용하고요. 타 부서 팀장님들과의 업무 협의도 팀즈 전화로 문제가 없습니다. 저의 고객사라 할 수 있는 분들과도 인터넷 전화로 소통하고 있고요.

물론 한 공간에서 대면으로 업무를 추진하는 것에 비하면 해외에서 업무는 다소 부족한 부분이 있는 건 사실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가지는 명확합니다. 소통에 장소와 시간은 그리 중요하지 않다. ‘열린 마음’의 의식과 적극적 이려는 의지가 있다면 어느 곳에서도 소통은 원활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평소 팀즈, M채널 등을 통해 팀원들과의 소통을 자주 해왔던 팀장님들이라면 워케이션을 활용한 팀 업무 추진에 애로사항이 없으리라 생각합니다.

그런 측면에서 팀장으로 워케이션의 활용, 즉 자리 부재에 대해 고민하는 팀장님들을 위해 의견 남깁니다.

몇 년 전 회사에 보직자 대상 ‘리필 휴가’제도를 처음으로 도입했을 때를 떠올려 봅니다. 도입 목적 중 팀 매니징 업무를 수행하느라 연차 활용을 어려워하는 팀장들을 위함이 첫 번째였고요. 두번째가 팀장 부재 시 차선임자에게 리더십을 함양할 기회를 제공한다는 것입니다. 전 개인적으로는 두 번째 취지가 마음에 와닿았습니다.

팀장이 된 이후 ‘보스가 아닌 리더가 되자’는 생각은 한결같습니다. 팀원에 적절한 권한 이양과 이를 통한 팀원의 성장 기회를 제공하자. 그리고 능동적으로 움직이는 팀으로 만들자. 즉, 팀이 선순환되고 발전할 수 있는 밀알의 역할을 저를 통해 할 수 있다는 믿음입니다. 그런 측면에서 보면, 저의 워케이션 참여를 통해 저뿐만 아니라 저희 팀원도 생각의 시간을 가져 보길 소박하게 희망해 봅니다.

가족 사진만 가득한 핸드폰에 있는 유일한 개인 사진. 식당에서 음식을 주문하고 기다리고 있을 때 큰아들이 찍었다

마지막으로 제 경험이 많은 팀장님께 전달되길 바랍니다. 오늘도 회사를 위해, 우리를 위해 고생하고 있는 팀장님들께 워케이션 참여를 적극적으로 추천합니다. 참, 알아보니 제가 우리 회사 워케이션 사용 1호 팀장이라 합니다. 면구스러우면서도 자랑스럽습니다.

이곳에서 제 아이들은 평화롭습니다. 또한 제 아내 역시 남편의 도움으로 정착 초기의 어려움을 잘 이겨내고 있습니다. 저희 가족은 지금을 기억할 것입니다. 모두 감사합니다. (끝)

인생 처음으로 타본 베트남 카헤일링 ‘그랩’. 타브랜드 ‘스파X’ 차가 왔다. ‘모닝’도 많던데 하필…

아이들의 생활 패턴을 정해야 하기에 키즈카페로, 피아노 학원으로, 태권도 도장으로, 과학체험장으로 다닌 워케이션 일상

날이 더워 아이들과 아파트 단지 내 수영장에서 여유를 느낀 워케이션 일상

박물관 체험장 투어는 베트남에서도 계속된다. 사진 위에서부터 베트남 역사박물관, 호치민시 박물관, 베트남 통일궁

쌀국수의 나라, 베트남. 나라가 넓어서인지 한 메뉴 안에서도 식당별로 다양한 스타일이 있다

현대글로비스의 하이브리드 근무 제도, 워케이션란?

워케이션(Worcation)은 최대 한달 간 일(Work)과 휴가(Vacation)를 병행할 수 있는 제도로 국내 및 해외 어디서든 원하는 곳에서 근무할 수 있다.

워케이션 가능 대상자 : 만 3, 6, 10, 15, 20, 25, 30주년 장기 근속자
(장기근속 기념일로부터 1년 내에 사용 시작할 수 있으며 캘린더 데이 기준으로 14~28일 연속으로 사용)

워케이션 장소 :  여행 제한 지역을 제외한 국내, 해외의 모든 곳이 가능!

기간 근무 시간 : 해외 근무 시에는 해당 국가의 시차에 맞춰서 근로하되, 최소 2시간 이상 본사와 근무시간이 겹치도록 해야 하며 휴일은 한국 기준을 적용한다.

편집 커뮤니케이션팀 김정원 매니저
2023.0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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