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전환은 선택 아닌 필수,
스마트 팩토리가 필요한 이유

현대차그룹이 국내·외 전기차 생산라인에 27조원을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상황에서, 연말 완공을 앞둔 현대자동차그룹 싱가포르 글로벌 혁신센터(HMGICS)가 주목을 받고 있다.
이 공장이 가상공간을 활용해 개발과 생산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메타 팩토리(Meta-Factory)’로 만들어진다는 계획이 드러나면서다.

지금까지 완성차 업계에 알려진 HMGICS에 대한 내용 중 하나는, 최근 현대차그룹이 국내에서 스마트팩토리 시범 운영을 마치고 이를 혁신센터에 적용해 메타 팩토리를 조성하고 있다는 것이다. 메타 팩토리를 구축하려면 공장 곳곳에 센서를 설치하고, 여기서 확보한 데이터를 수집·분석해 가상 공장을 구현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데이터를 무선으로 주고받을 네트워크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 현대차는 싱가포르 최대 통신사 싱텔(Singtel)과 5세대 이동통신(5G) 인프라 네트워크 솔루션 구축을 위한 협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기아가 화성공장에 신설 중인 목적기반 모빌리티(PBV) 전용공장은 미래 혁신 제조기술을 대거 적용하고 탄소배출을 최소화하는 친환경 공장으로 구축된다. 디지털 제조 시스템 등 현대차·기아의 스마트팩토리 브랜드 ‘이포레스트'(E-FOREST) 기술로 효율화·지능화도 추구한다. 또 지난 5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방한에 맞춰, 105억달러에 달하는 대규모 투자 계획을 밝히면서 현대차그룹의 미국 첫 전기차 전용 공장에 최신 스마트 기술을 접목한다고 밝힌 바 있다.

현대차그룹이 자동차 공장에 메타 팩토리를 조성하는 이유는 디지털 전환(Digital Transformation) 트렌드에서 답을 찾을 수 있다. 디지털 전환이란 사물 인터넷(IoT), 클라우드 컴퓨팅, 인공지능(AI), 빅데이터 솔루션 등 정보통신기술(ICT)을 활용해 기존 제조 방식·구조를 혁신하는 것이다. 이에 대해 다국적 IT솔루션·컨설팅 기업 IBM은 ‘기업이 디지털과 물리적인 요소들을 통합하여 비즈니스 모델을 변화시키고, 산업에 새로운 방향을 정립하는 전략’이라고 정의한 바 있다.

실제로 HMGICS은 인공지능(AI)과 사물인터넷(IoT) 등을 접목한 ‘지능형 제조 플랫폼’을 개발·검증하는 테스트베드 역할을 수행할 전망이다. 자동차 제조 공정에서 지능화된 제조 기술을 접목해 로봇이 자동차 생산을 주도하게 된다는 의미다.

정홈범 HMGICS SF이노베이션센터장은 “메타 팩토리는 최적화된 공장 가동을 계산하고 공장 관리자가 공장을 직접 방문하지 않고도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가상으로 공장을 시범 운영할 수 있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제조 기업이 디지털 전환에 주목하는 건 스마트 팩토리가 기술 혁신을 통한 제조업 고부가가치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기존에 구축된 스마트 팩토리는 특정 솔루션을 중심으로 형성되어 있었고, 스마트화의 수준도 기초 수준에 그쳤다. 중소벤처기업부는 스마트 팩토리의 정보통신기술 역량을 4단계로 구분하는데, 이중 가장 낮은 단계인 기초 단계에 머물러 있는 스마트 팩토리가 전체 공장의 74.5%에 달한다는 조사 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기존의 스마트 팩토리는 또한 주로 생산관리시스템이나 자원관리시스템과 같은 정보화 요소만 도입한 경우가 많았다. 실제로 같은 조사에서 생산관리시스템·자원관리시스템의 도입률은 대체로 높은 편이지만, 자율주행로봇이나 AI 등 고도의 요소를 접목한 스마트 기술을 적용한 공장은 극히 낮은 편이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스마트 팩토리 관련 기술을 제조하는 장비 기술도 글로벌 선도 기업에 비해 수준이 다소 낮은 편이었다. 여기에 스마트 팩토리 운영 기술 분야의 경쟁력이 낮다는 지적도 나왔다.

하지만 향후 제조업의 미래는 스마트 팩토리 고도화가 상당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노동력이 제조업 경쟁력을 담보하던 시대가 지나고, 스마트 기술이 제조업의 경쟁력을 높이는 시대가 도래했기 때문이다. 스마트 팩토리가 제조업 혁신의 아이콘으로 부상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전 세계 주요 제조업 중심 국가는 스마트 팩토리 달성을 위해 역량을 강화하고 있다. 세계경제포럼은 맥킨지컨설팅과 공동으로 체계적인 스마트 기술을 접목한 스마트 공장을 선정하고 있는데, 지금까지 중국이 21개로 가장 많은 스마트 공장을 보유한 것으로 드러나다. 미국이 7개, 독일이 5개로 뒤를 잇는다.

이를 선정하는 기준은 크게 4가지다. 첫째, 고객 민첩성이다. 시시각각 달라지는 소비자 기호에 발맞춰 생산 현장이 빠르게 변화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둘째, 공급망 회복성이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전 세계적으로 확산하면서 글로벌 공급망이 붕괴되는 산업이 증가하고 있다. 이때 신속하게 공급망을 회복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어야 한다.

셋째, 생산성이다. 스마트 기술로 공장이 자동화되면 기존 생산성 대비 스마트 팩토리가 얼마나 생산성을 높일 수 있는지가 관건이다. 넷째, 환경친화성이다. 시간이 갈수록 환경 규제는 광범위하고 다양해지고 있다. 이와 같은 환경 관련 규제에 스마트 팩토리가 얼마나 빠르게 대응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4차 산업혁명 시대가 도래한 이후, 제조업에서 디지털 전환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 디지털 전환은 인간의 단순 노동을 대체해 생산성을 높이고, 투입하는 비용 대비 효율성을 개선하기 때문이다. 나아가 스마트 팩토리가 수집한 데이터는 기업 경영의 의사결정이나 협업 과정에 응용할 수 있다. 이에 따라 기업의 의사 결정은 보다 합리적인 방안을 선택하게 된다. 또한 이렇게 수집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변화에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다는 점도 스마트 팩토리의 장점이다. 동일한 자본이나 자원을 투입해, 최대한의 이윤을 달성하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변함없는 기업의 본질적인 속성 중 하나다. 스마트 팩토리는 바로 이러한 기업의 본질을 달성하는 궁극적인 해답이 될 수 있다.

이재일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로봇 제어시스템 구축 역량을 보유한 현대위아와 지능형 설비 시스템 구축 역량을 보유한 현대오토에버 등과 함께 현대차는 신공장에 스마트팩토리 솔루션을 적용할 계획”이라며 “HMGICS가 완공되면 완전자동화 공정 도입을 통해 인력 투입을 최소화하고 생산과 물류, 운영을 최적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중앙일보 문희철 기자
2022.0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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