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로 여행 가는 시대가 온다!?

지난 6월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 발사를 성공하면서 우리나라는 세계 7번째 위성 발사국이 되었다. 뒤 이어 8월에는 한국 최초 달 탐사선 다누리호 발사에 성공했다. 드디어 우주로 여행하는 시대가 온 걸까? 누리호 발사 성공의 의미부터 우주 항공 사업 현황까지 살펴보자.

“Un pour tous, tous pour un(하나는 모두를 위해, 모두는 하나를 위해).”

누리호 발사의 성공을 보면서 문득 알렉상드르 뒤마의 소설 <삼총사>에서 총사들이 외친 이 구호가 떠올랐다. 로켓 발사의 성공 유무는 지구 중력을 벗어나기 위해 추진력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가에 달려있다. 누리호에 탑재한 75톤급 액체 로켓 엔진 개발은 세계적인 수준의 기술을 의미하지만, 이것만으로는 지구의 중력을 벗어날 수 없다. 그래서 삼총사처럼 각각의 4개의 엔진을 하나처럼 묶어 300톤의 추력을 발생하는 핵심기술(Engine Clustering)이 반드시 필요하다. 누리호 발사의 성공은 향후 이어질 달 탐사나 심우주용(Deep Space) 로켓 개발의 잠재력을 확보해 독자적으로 미지의 우주 탐사에 첫 발을 내딛는 계기가 되었다.

2022년 6월 누리호 2차 발사 장면(ⓒ한국항공우주연구원)

다누리호의 비밀 기술은 샌드위치?

또 지난 8월 5일에는 우리나라 최초의 달 탐사선 다누리호 발사에 성공했다. 이 다누리호의 비밀 기술은 샌드위치 전문점 써브웨이의 대표 메뉴인 BLT와 이름이 같다. 우리에게는 생소한 달 궤도 전이방식(Ballistic Lunar Transfer)은 직접적인 전이방식보다는 훨씬 길게 달을 향한 여정을 진행한다. 지구에서 달까지 직선으로 간다면 대략 3일이지만 135일 정도가 걸리는 이 방식을 채택한 이유는 중력을 이용하면 연료 소모량을 25% 정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완행열차를 타면 시간은 더 걸리지만 돈은 아낄 수 있었던 여행에 대한 추억이 있다면 이해가 쉬울 것이다. 아무리 젊음의 낭만이라고 포장하지만 긴 여행이 골병으로 전이할 가능성이 있듯이, 태양과 지구의 중력이 같아지는 라그랑주 포인트까지 가서 다시 달 궤도로 돌아오는 방식은 분명 힘든 여정이다. 하지만 누리호를 통해 얻은 우주기술의 노하우와 미국과의 협업을 통해 다누리호는 2022년 12월 무사히 달 궤도에 안착할 가능성이 높다.

다누리호의 이동 경로와 현재 위치(출처: 한국항공우주연구원 www.kari.re.kr 화면 캡쳐)

아마존 경영자가 우주사업에 뛰어든 이유

우주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요즘, 아마존의 경영자 제프 베이조스와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의 행보가 주목받고 있다. 세계 갑부 순위를 엎치락뒤치락 하고 있는 두 사람의 공통점 중 하나는 우주에 대해 무모할 정도의 모험심이 있다는 것이다. 유년기 때 아폴로 계획을 보면서 우주에 대한 호기심을 느끼며 꿈을 키운 이들은 사업을 하면서 그 꿈을 실현할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있다.

제프 베이조스는 달에 대한 관심을 가지고 우주 여행을, 일론 머스크는 화성에 관심을 가지면서 이주계획을 세우고 있다. 이것에 대한 계획으로 제프 베이조스는 블루 오리진 프로젝트를 통해 무중력 우주여행을 시작했다. 또한 NASA와 함께 ‘21세기 인류 달 착륙 미션’을 수행하고 있다. 제프 베이조스와 달리 일론 머스크의 눈은 화성으로 향해 있다. ‘스페이스 X’라는 민간 기업을 설립해 최초로 로켓을 우주 궤도로 쏘아 올린 머스크는 21세기 안에 인류를 화성으로 이주시키기 위한 프로젝트를 시행하고 있다.

사실 세계적인 기업가들의 이러한 행보가 일반적이지는 않다. 아직까지는 우주 탐사에 대한 사업성은 없다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서 사업성은 눈에 보이는 투자비용보다 초과하는 수익이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하지만 아이들 장난감으로만 인식했던 드론이 물류산업과 드론 택시, 심지어 군사용으로 활용되는 점을 교훈으로 삼아 우리가 보지 못하는 부수적 파생효과를 고려한다면 우주 관련 사업은 한 번 도전해 볼만한 영역이다.

2020년 5월 일론 머스크의 로켓 기업 ‘SpaceX(www.spacex.com)’가 제작한 발사체 팰컨9이 성공적으로 이륙하는 장면(출처: 스페이스X)

달을 우주여행의 전초기지로!

뜬금없지만, 필자가 학교에 다닐 때는 <마지막 승부>라는 드라마 영향인지, <슬램덩크>라는 만화 때문인지 여기저기서 농구를 참 많이 했다. 특히 농구 골대를 부술 듯한 ‘덩크슛’에 대한 아련한 로망이 있었다. 필자가 덩크슛을 할 수 없는 것은 키가 작기 때문이라고 생각했지만, 비슷한 키의 앨런 아이버슨이 덩크슛을 하는 것을 보고 단지 키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하지만 우주 탐사 사업이 순조롭게 진행된다면 달에서는 누구나 덩크슛을 할 수 있지 않을까?

다누리호가 탐사하게 될 달의 중력은 지구의 약 6분의 1이다. 지금도 제기되는 달 탐사 음모론 중 하나는 1969년 아폴로 11호 비행사들이 달에 착륙하는 장면이다. 그런데 이 장면은 달의 중력을 고려하면 이해할 수 있다. 달이 지구보다 중력이 작다는 것은 필자가 덩크슛을 할 수 있다는 것 이상의 의미가 있다. 지구에서 발사되는 로켓의 크기는 지구의 중력을 벗어나기 위해 커질 수밖에 없지만 달에서 로켓을 발사한다면 어떨까? 교통의 요지에 물류 허브를 만들듯이 달을 우주여행의 전초기지로 이용할 수 있다면 지구에서 발사하는 것보다 획기적으로 비용을 줄일 수 있다. 이런 필요 때문에 우리나라도 참여하고 있는 아르테미스 계획은 가까이는 달 기지 건설, 멀리는 화성기지 건설 등 인류가 지구 밖으로 나가서 새로운 행성을 개척해야 하는 미션의 바탕이 된다고 할 수 있다.

아폴로 11호가 달 착륙했을 당시 닐 암스트롱이 촬영한 모습(ⓒwikipedia)

만약 달에서 물이 발견된다면

물론 이런 건설이 가능하려면 여러 가지 고려할 점이 있다. 우선 사람이 달에 살기 위해서는 다양한 것들이 필요하다. 또 다양한 것들을 옮기기 위해서는 물류가 중요하다. 즉 합리적인 ‘로켓배송’이 이루어져야 한다. 현재 로켓 한번 발사하려면 몇 천억 원이 훌쩍 넘어가는데, 누리호 발사 성공과 다양한 로켓기술의 발달에 따라 발사 비용은 점점 저렴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서 눈여겨 봐야 할 점은 국가주도의 우주개발 기술이 민간기업으로 확장하고 있다는 것이다.

또 달에 있는 전초기지에 사람이 살기 위해서는 물이 필요하다. 그래서 지금 여행 중인 다누리호에는 새도우 캠(Shadow Cam)이 실려 있다. 이 카메라의 용도는 얼음이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영구 음영지역을 관측해 앞으로 이어질 유인착륙에 적합한 후보지를 탐색하는 것이다. 여기서 물이 발견되면 식수뿐 아니라 수소산업 기술로 연료전지나 충전소로도 활용할 수 있다.

한국, 우주 경쟁의 주요국으로 성장하다

이제 우주 관련 사업은 우리와 상관없는 별나라 이야기가 아니다. 2002년은 월드컵 4강에 가려졌지만 우주 사업분야에서는 뜻깊은 해다. 우리나라가 KSR-Ⅲ 로켓 발사에 성공하면서 우리나라의 우주산업 가능성을 입증한 해이기 때문이다. 그로부터 20년이 지난 지금, 우주에 대해서 막연했던 우리나라가 우주 경쟁에 주요한 국가로 성장했다. 정부뿐 아니라 민간기업에서도 미래 신사업 영역으로써 다양한 관심과 투자가 필요한 시기다.

이춘호(국립과천과학관 연구사)
2022.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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