틱톡, 유튜브 쇼츠, 인스타그램 릴스의 공통점은 짧다는 점이다. 이처럼 스낵을 먹듯 짧은 시간 안에 간편하게 문화 콘텐츠를 소비하는 트렌드를 ‘스낵컬처’라고 한다. 스마트폰의 보급과 정보가 넘치는 시대의 산물인 스낵컬처의 힘을 만나본다.
너도나도 스낵컬처, 그 인기의 배경
스낵컬처(Snack Culture)는 스낵을 먹듯 10분 내외의 짧은 시간에 문화를 소비하는 작은 포맷을 일컫는다. 동영상 플랫폼 유튜브에서도 60초 이내로 보여주는 쇼츠, 춤추는 영상이나 재미있는 장면을 짧게 촬영해 공유하는 틱톡 등이 대표적인 스낵컬처다. 스낵컬처는 국가나 성별, 연령대 구분 없이 주목받으며 이 시대를 투영하는 문화 현상의 큰 흐름이 되었다. 그리고 2022년 현재 전 세계 문화 트렌드의 대세로 자리 잡았다.
그 인기의 비밀은 뭘까? 스마트폰의 광범위한 보급이 이러한 현상을 가져온 대표적인 이유다. 스마트폰은 콘텐츠에 소비하는 시간을 단축하고 집중도를 떨어뜨려 언제, 어디서나 빠르게 즐거움을 누릴 수 있는 스낵컬처를 선호하게 했다. 매일 쏟아지는 정보를 소화하기 힘든 나머지 기승전결을 갖춘 정보보다는 자신에게 필요한 주제에 맞는 정보만을 얻고자 하는 현대인의 경향이 스낵컬처 열풍을 불러왔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스낵컬처가 가져온 가능성의 세계
스낵컬처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콘텐츠를 소비하는 형태도 바뀌고 있다. 요즘은 저녁 9시가 되면 TV 앞에 앉아 뉴스를 시청하던 모습은 사라지고 카드 뉴스, 뉴스 클리핑을 통해 세상을 만난다. 낯설고 어렵게 느껴지던 문화나 정보와의 거리를 한층 줄일 수 있어서다. 또한 문화를 특별한 사람이 아닌 일반인도 창작할 수 있게 만들었다. 짧은 동영상을 통해 자신의 춤과 노래를 선보여 인플루언서가 되는가 하면, 스마트폰 한 대로 영화감독이 될 수 있다. 문화 콘텐츠를 향유하는 데 그치지 않고, 창작하고자 하는 욕구까지 충족시켜주는 게 스낵컬처의 매력이자 파워다.
물론 스낵컬처가 사유나 성찰의 기회를 빼앗고 가볍고 자극적인 문화만을 추구함으로써 우리의 문화 수준이 퇴보한다는 우려 섞인 목소리도 있다. 도서 <허기사회>에서는 스낵컬처가 디지털 문화가 만들어내는 ‘참지 못하는 환경’, ‘초미세의 지루함을 견디지 못하는 감성’에 기대려는 과정에서 각광받는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사례로 보는 스낵컬처의 진화
미디어는 스낵컬처를 대표하는 분야다. 웹툰을 비롯해 소설과 시를 온라인으로 만나는 웹 출판, 회당 10~15분 내외로 제작하는 웹 드라마, 5~6부작 웹 영화 등 범위가 다양하다. 웹 콘텐츠는 제작비가 저렴하고 소재와 형식의 제약이 없어 창작자는 마음껏 재능을 펼칠 수 있다.
CBS ‘세상을 바꾸는 시간 15분’이나 ‘TED’와 같은 미니 프리젠테이션 강연 프로그램의 인기도 상당하다. 다양한 분야의 강사는 길지 않은 시간에 사람들에게 감동과 재미, 영감을 전달한다. 직장인 위한 정오 음악회, 지하철이나 병원, 공원 등에서 열리는 소규모 문화 공연은 발걸음을 멈추게 한다.
여가나 취미 생활을 즐기는 방식도 달라졌다. 아침에 텐트를 치고 저녁에 집으로 돌아오는 데이 캠핑, 도는 집 근처 산책로나 산길을 달리는 트레일 러닝을 하는 사람들이 늘어난다. 장거리를 오가며 겪어야 하는 교통 체증, 비용 부담 고민을 단박에 해결할 수 있다.
유행 주기에 빠른 패션 분야에서는 SPA 브랜드가 스낵컬처를 대표한다. 디자인과 생산, 제조, 유통, 판매를 직접 관리하는 SPA 브랜드는 소비자 니즈에 부합하는 옷을 빠르게 출시하고 저렴한 가격에 판매하며 시장을 넓혀간다. 어느 날 갑자기 나타났다가 금세 사라지는 팝업 스토어도 기업과 브랜드 홍보에 활용되는 스낵컬처의 사례로 볼 수 있다. 이 외 스낵컬처는 게임, 음악, 음식, 교육 등 여러 분야로도 확장하고 있다.
이처럼 스낵컬처는 라이프스타일의 일부가 되어 우리 곁에 자리매김했다. 우리는 아마도 예전의 문화 콘텐츠 형태나 문화 소비 패턴으로 돌아가지는 못할 것이다. 그렇기에 스낵컬처가 하나의 문화로서 제 기능을 다 하며 새롭고 다양하게 진화해 주기를 기대하는 마음이다. ‘바삭’한 스낵처럼 우리의 삶을 맛있고, 즐겁고, 풍성하게 만들어주기를!
글 편집실
2022.10.0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