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코 잊을 수 없는, 나의 인생 영화

높고 푸른 하늘에 드리워진 노란색 은행과 붉은 단풍이 서정적인 계절이다. 가슴이 몽글몽글해지는 이 가을, 영화로 마음의 양식을 채워보는 것은 어떨까. 현대글로비스 3인이 눈과 귀를 즐겁게 했고 마음을 설레게 했던, 그래서 잊을 수 없었던 나의 인생 영화를 소개한다.

때로는 영화 한 편이 그 사람을 대변하기도 한다. 어떤 영화를 좋아하고 즐겨보는지에 따라 그 사람의 취향, 성격 등 내면을 엿볼 수 있다. 그래서 어떤 영화는 아주 오랫동안 마음에 잔상을 남기며 추억이 되고 그 시절의 내가 된다. 현대글로비스 3인이 꼽은 영화에서도 그들이 중심에 두고 있는 가치, 생각, 예술적 기호 그리고 그 안에서 뿜어져 나오는 삶에 대한 열정을 읽을 수 있었다.

이야기, 연출, 영상미, 철학을 모두 잡은 슈퍼히어로 영화”

제 인생의 영화는 ‘배트맨’ 시리즈 중 하나인 <다크 나이트>예요. 기존 슈퍼히어로물과 다른 차원의 악당이 등장해 선과 악에 대한 철학적 질문을 던지는 영화여서 처음 봤을 때 굉장히 신선한 충격을 받았습니다. 영화가 개봉한 2008년 극장에서 보고 그 강렬함에 끌려 이후로 3 차례 더 관람했어요.

<다크 나이트>는 현실 세계를 바탕으로 캐릭터의 내면을 파고들면서 인간의 어둠을 이야기하는데 볼 때마다 배트맨을 향한 조커의 분노 어린 공격에 눈을 뗄 수가 없었어요. 가장 인상적인 장면은 배트맨인 브루스 웨인이 조커의 함정에 빠져 사랑하는 사람과 고담시의 유일한 희망인 검사의 목숨 중 한쪽만을 구해야 하는 장면이었어요. 어떤 선택과 결정이든 최악을 피할 수 없었기에 더없이 비극적이었죠. 배트맨이 딜레마에 빠질 때마다 저도 함께 고민하게 되면서 저의 가치관과 판단을 돌아보게 되더라고요. 많은 질문과 진한 여운을 남기는 영화죠. 게다가 <다크 나이트>는 슈퍼히어로 영화의 새로운 방향성을 제시한 영화이지만 동시에 폭발적인 액션신으로 장르의 정체성도 놓지 않고 관객의 심박수를 올립니다.

자주 극장을 찾는 편은 아닌데 좋은 영화가 개봉하고 기회가 되면 영화관에서 관람하려고 해요.  특히 입소문을 신뢰하는 편이에요. 누군가가 어떤 영화가 좋다고 하면 찾아보려고 하죠. 요즘엔 넷플릭스에서 <수리남> 같은 오리지널 시리즈를 더 자주 보게 되긴 하지만요. 분명한 것은 좋은 영화는 여러 번 봐도 재미있는 것 같아요.

다크 나이트 The Dark Knight
2008 │감독 크리스토퍼 놀란 │ 배우 크리스천 베일, 히스 레저

<인셉션>(2010) <인터스텔라>(2014)의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이 다시 만든 ‘배트맨’ 3부작 중 두 번째 영화로 크리스천 베일이 브루스 웨인/배트맨을 연기했고 히스 레저가 최악의 악당 조커로 분했다. 배트맨은 정의로운 검사 하비 덴트, 짐 고든 반장과 함께 고담시의 범죄와 부패에 맞서 싸운다. 그러나 고담시는 희대의 악당 조커의 등장으로 더 큰 위험에 빠진다. 부지불식간에 무차별적으로 테러를 저지르는 조커의 협상 조건은 하나, 배트맨이 시민들 앞에 가면을 벗고 정체를 드러내는 것이다. <다크 나이트>는 기존 슈퍼히어로 영화의 통쾌하고 다소 코믹한 이미지에서 벗어나 음산하고 어두운 이야기와 분위기로 무장해 판타지 세계 위에 현실적인 풍경을 그린다. 멜로 영화에서 두각을 냈던 히스 레저가 창조한 귀기 어린 조커 연기가 압도적이다.

“멋있으면서도 안 멋있는 남자, 딕 체니“

<바이스>는 미국 부통령(Vice President) 딕 체니의 일대기를 그린 영화예요. 장르는 굳이 따지자면 휴먼 드라마에 속한다고 볼 수 있겠네요. 알코올 중독 대학생에서 대통령을 주무르는 실권력을 가진 부통령이 되기까지 딕 체니의 선택과 전략을 보여주는 영화입니다. 긴장감 넘치는 전개와 숨은 풍자적 메시지 그리고 동시에 잔잔한 드라마가 어우러져 있어 매우 흥미로운 블랙코미디예요.

저는 보통 감독 혹은 배우를 보고 영화를 선택해요. 애덤 맥케이의 <빅쇼트>(2016)를 매우 재미있게 보고 그의 다른 작품을 찾다가 이 영화를 발견하게 됐어요. 주연배우 크리스천 베일의 파격적인 연기도 인상적이었어요. 전면에 나서지 않고도 막강한 권력을 휘두른 딕 체니를 연기했는데 머리부터 발끝까지 실존인물 그 자체 같았거든요.

이외에도 킹메이커 역할을 하는 린 체니, 워싱턴의 패권 다툼 등이 관전 포인트라고 할 수 있어요. 가장 인상적인 장면은 딕 체니가 대선에 도전하는 조지 W. 부시의 러닝메이트 요청을 받아들이면서 함박웃음을 짓는 장면이에요. 매 장면 연출, 연기, 이야기 모든 합이 딱 맞아떨어져요.

영화관을 자주 가진 못하지만 요즘은 넷플릭스 등 OTT 서비스로 영화 접근성이 더 높아진 듯해요. 그러다 보니 일주일에 영화 1~2편은 보는 것 같아요.

바이스 Vice
2019 │감독 아담 맥케이 │ 배우 크리스천 베일, 에이미 애덤스

조지 W. 부시 행정부의 실질적인 권력자로 꼽혔던 부통령 딕 체니의 일대기를 다룬 영화다. 영화는 방탕한 생활로 예일대를 중퇴하고 전기설비공으로 일하던 딕 체니가 어떻게 미국 행정부 사상 유례없는 권력을 지닌 부통령이 되는지 그 일대기를 따라간다. 9∙11 테러, 이라크 전쟁 등 굵직굵직한 사건들이 소재로 등장한다. <빅쇼트> <돈룩업> 등 진지한 소재의 영화에서 더 빛을 발했던 애덤 맥케이 특유의 위트와 날카로움이 돋보인다. 역할에 맞춰 늘였다 줄였다 하는 ‘고무줄 몸무게’로 유명한 크리스천 베일의 연기 변신도 눈을 사로잡는다.

“그동안 감사했습니다! MCU 포에버!”

슈퍼히어로 무비를 좋아하는 저에게 MCU(Marvel Cinematic Universe)의 영화들은 축복과도 같습니다. 그런 MCU 영화들의 10여년 여정을 마무리하는 <어벤져스: 엔드게임>은 제 인생의 영화로 충분하죠. 개봉 첫날 보고 싶었는데 저 같은 마음으로 이 영화를 기다린 사람들이 많았는지 아쉽게도 개봉일 관람은 실패하고 첫째 주말 떨리는 마음을 안고 아이맥스 영화관에서 본 기억이 납니다. 10년간의 MCU 히스토리를 마무리하는 작품으로써 수많은 이야기들과 인물들을 어떻게 풀어내고 활용할지가 관건이었는데 팬들이 가장 환호할 만한 방식으로 잘 마무리해줘서 팬의 입장에서는 그저 고마웠어요.

엄청난 초능력을 지닌 슈퍼히어로들이 보통 사람들과 다름없는 편안한 자세로 회의를 하는 장면과 시간여행을 떠나기 앞서 캡틴 아메리카가 연설하던 장면이 가장 기억에 남아요. 히어로들의 가족 같은 모습과 따뜻한 유머 그리고 캡틴 아메리카의 결연한 마음이 느껴져서 제 마음도 함께 뜨거워지는 느낌이었습니다.

<어벤져스: 엔드게임>은 그 자체로도 재미있지만, 이 영화를 100% 즐기고 싶다면 마블 영화들을 정주행하는 것을 추천해요. 이 영화의 캐릭터는 물론 에피소드들 모두 그간의 마블 영화들에서 가져온 것이거든요. 각 히어로의 솔로 무비를 차례차례 감상한 후 이 영화를 본다면 짜릿한 쾌감을 느낄 수 있을 거예요.

어벤져스: 엔드게임
2019 │감독 안소니 루소, 조 루소 │ 배우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크리스 에반스

아이언맨, 캡틴 아메리카, 토르, 헐크, 블랙 위도우, 앤트맨, 닥터 스트레인지, 스타로드, 캡틴 마블, 블랙 팬서, 스파이더맨 등이 총출동해 2008년 <아이언맨>으로 시작한 마블 슈퍼히어로 역사의 대장정을 마무리하는 영화. 전 편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에서 인피니티 스톤을 모두 모은 우주 최강의 빌런 타노스가 생명체의 절반을 사라지게 한 이후 세상을 그린다. 몸과 마음의 상처를 입고 살아남은 절반의 히어로들은 사라진 생명체들을 되살리기 위해 타노스와 최후의 전쟁을 준비한다. 그간 마블 영화에서 활약했던 모든 히어로들과 캐릭터들이 등장하는 후반부는 그 자체로 진풍경이다.

 편집실
2022.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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