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2 Vol.247

워케이션
알프스에서 포르투갈까지
걷고, 일하고, 살아낸 400km의 도보 오피스
알프스의 서늘한 협곡에서 포르투갈의 눈부신 해안 절벽까지. 환경경영팀 이준요한 책임매니저는 한 달 동안 노트북을 멘 채 길 위를 걸으며 출근했다. 3년을 기다려 마주한 400km의 트레일 위에서 그는 걷는 시간과 일하는 순간이 자연스럽게 겹쳐지는 리듬을 발견했다. 일과 삶의 경계가 부드럽게 풀리던 날들. 그렇게 완성된 한 트레일러의 도보 오피스 기록이다. 2026-01-28

3년 1일째, 400km 출근길에 나서다

여행을 누구보다 사랑해 과거 항공사 근무는 물론 해외 직장 생활까지 경험했던 환경경영팀 이준요한 책임매니저. 그에게 현대글로비스의 '워케이션' 제도는 단순한 복지를 넘어 오랫동안 마음속에 그려온 삶의 기준에 가까웠다.

“입사 3년 1일째 되는 날에 워케이션을 가겠다고 마음먹고, 마치 군대 전역일을 기다리듯 날짜를 손꼽아 왔습니다. 워케이션 직후에 중요한 업무 일정이 잡혀 있어 불안하기도 했지만, 오히려 더 집중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거라 믿었어요. ‘안 되면 돌아오자’는 생각으로 일단 떠나보기로 했습니다.”
이준요한 책임매니저

행선지는 도보 여행 인프라가 잘 갖춰지고 물가 부담이 비교적 적은 유럽의 남쪽 지역이었다. 10월 중순부터 11월 중순까지 이어지는 한 달의 시간을 고려해 기온이 급격히 떨어지지 않고 해가 오래 머무는 이탈리아와 포르투갈을 중심으로 동선을 치밀하게 짜며 여정의 첫 발을 내디뎠다.

매일 20km, 걷고 일하는 트레일러의 루틴

이준요한 책임매니저는 16년 전 산티아고 순례길에서 느꼈던 좋은 기억을 떠올렸다. 당시를 생각하며 이번 여정에서는 마음을 다잡고 체력을 기르겠다는 목표로 체력 소모가 많은 '순례길' 코스를 선택했다.
이탈리아 알프스 끝자락인 아오스타(Aosta) 지역에서 시작된 첫 일주일은 그야말로 고독의 적응기였다. 험준한 산들이 양옆에서 서서히 멀어지고, 산길이 평지로 바뀌는 풍경 속에서 조용히 걷거나 혼잣말을 하고 때로는 유튜버처럼 영상을 찍으며 시간을 보냈다. 그렇게 고요한 길 위에서 자신만의 업무 환경에 적응해 나갔다.

“보통 아침 5시에 일어나 업무를 시작하면 한국 시간으로 오후 1시쯤 됩니다. 오전 9시 반쯤 짐을 싸서 길을 떠나 평균 20km 정도를 걷고, 숙소에 도착해 씻고 빨래까지 마치면 오후 4시쯤이죠. 낮잠으로 체력을 보충한 뒤, 한국의 출근 시간에 맞춰 밤늦게 다시 컴퓨터 앞에 앉아 동료들과 소통했습니다.”
이준요한 책임매니저

그는 ‘하면 된다’는 빡빡한 각오보다는 ‘되면 한다’는 유연함을 이번 워케이션의 철칙으로 삼았다. 토스카나의 땡볕과 강풍, 비 예보 등 날씨 변수가 있을 때는 그날의 컨디션에 맞춰 걷는 거리를 조절했다. ‘좋으려고 떠난 워케이션’인 만큼 짐을 부쳐주는 포터 서비스를 이용하거나 택시를 타는 등 스스로 즐거운 상태를 유지할 수 있도록 일과 쉼의 균형을 스마트하게 조율했다.

비록 혼자 걷는 적막한 길이었지만, 그는 나름의 활기를 만드는 방법을 찾아갔다. 산길을 걸으며 소리 높여 노래를 부르거나, 오랫동안 연락하지 못했던 지인들에게 전화를 걸어 지난 근황을 전하며 긴 통화를 이어갔다. 근육이 당기는 날에는 차가운 물로 피로를 씻어내고, 현지 별미인 곱창 스튜의 맛을 찾아다니며 소소한 미식의 즐거움도 놓치지 않았다.

포르투갈 해변에서 맞이한 황홀한 퇴근길

이탈리아 여행의 중반, 비 예보를 피해 경로를 급히 변경한 선택은 신의 한 수가 됐다. 길에서 우연히 만난 노부부의 추천으로 향하게 된 포르투갈 남부의 ‘피셔맨즈 트레일(Fishermen’s Trail)’. 그러나 여정은 예상보다 훨씬 험난했다. 표식조차 보이지 않는 해안 절벽을 네 발로 기어올라야 하는 순간도 있었지만, 180도가 넘게 펼쳐진 수평선을 마주하는 찰나 그 모든 고생은 잊혔다.

“일부 구간은 1시간에 1km 밖에 걷지 못할 만큼 난이도가 높았습니다. 그러다 마지막 날, 비로소 등산화를 벗고 맨발로 파도가 드나드는 해변을 걸었죠. 이번 워케이션은 물론, 제 인생을 통틀어 가장 충만한 행복을 느낀 순간이었습니다. 더 나아가기보다는 지금 이 감정을 온전히 간직하고 싶다는 마음이었으니까요. 그날은 가장 완벽한 ‘퇴근길’이었고, 충분하다는 확신이 들었습니다.”
이준요한 책임매니저

포르투갈 해변에서 맞이한 그날의 퇴근길은 일과 쉼 사이에서 스스로에게 ‘이만하면 충분하다’고 말해준 가장 따뜻한 마침표가 되었다.

아빠는 워킹 중! 딸과 함께한 일본의 밤

3주간의 나홀로 여정을 마친 이준요한 책임매니저는 가족에 대한 미안함과 고마움을 담아 유치원생 딸과 단둘이 일본 구마모토로 짧은 보너스 여행을 떠났다. 이 기간에도 국제 협의체 행사를 준비해야 했기에 낮에는 딸과 시간을 보내고 밤에는 업무를 처리하는 일정을 선택했다.

“딸과 단둘이 떠난 여행은 이번이 세 번째인데, 유모차를 타던 아이가 이제는 자기 짐을 직접 챙길 정도로 자랐더군요. 렌터카를 타고 시골 온천으로 향하는 길에, 아이가 자신의 인생 고충을 털어놓기에 저도 회사 생활의 어려움을 이야기하며 자연스럽게 깊은 대화를 나누게 되었습니다. (웃음) 아이를 재우고 꼬박 밤을 새워 업무를 처리해야 했지만, 아이와 하루 종일 함께한 시간이 짧게만 느껴질 만큼 아쉬움이 컸던 여행이었습니다.”
이준요한 책임매니저

걷고, 일하고, 사랑하라

한 달 간의 도보 오피스 생활을 마친 이준요한 책임매니저는 이번 워케이션이 회사 생활 전반에 큰 리프레시가 되었다고 말한다. 누적된 스트레스를 땀과 함께 비워낸 덕분에 다시 어려운 일과 마주하더라도 다음 워케이션을 기다리며 즐겁게 일할 수 있는 동력을 얻었다.

“생각이 크게 바뀐 부분은 없습니다. 그저 매일 정직하게 걷고, 맡은 일을 해내고, 다시 바닷물에 발을 적시며 걸었을 뿐입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비워낸 마음의 자리 덕분에, 이제는 같은 지점에서 다시 화가 나거나 좌절할 일이 생기더라도 다음 워케이션을 기다리며 즐겁게 일할 준비가 된 것 같아요.”
이준요한 책임매니저

워케이션은 멈춤이 아니라 다음 시간을 더 건강하게 살아가기 위한 준비였다. 낯선 길 위에서 업무와 삶, 그리고 사랑하는 이들과의 균형을 스스로 찾아낸 그의 여정은 이제 현대글로비스라는 일상 속에서 또 다른 에너지로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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