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S 마스터
인지심리학자 김경일 교수 특강
지친 마음을 어루만지는 CS 현장 심리학
고객을 직접 마주하는 CS 현장은 언제나 감정의 파도 속에 서 있는 것과 같다. 작은 불만이 큰 분노로 번지기도 하고, 억울한 상황을 감내해야 할 때도 많다. 현대글로비스는 이러한 최전선에서 고군분투하는 구성원들의 마음을 돌보고자, 인지심리학 분야의 권위자 김경일 교수(아주대학교)를 초청해 특별 강연을 열었다. 2025-10-01

고객의 관점에서 말하는 순간, 갈등이 풀린다

김경일 교수는 “대화의 갈등을 줄이는 비밀은 상대방을 주인공으로 대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단순히 “조금만 기다려 달라”는 안내보다, 고객의 상황을 먼저 인정하고 설명하는 방식이 훨씬 효과적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카카오택시에서는 안내 문구를 “조금만 기다려주세요”에서 “지금 고객님께 달려가고 있습니다”로 바꿨더니 실제 고객 불만이 4분의 1로 줄어드는 효과가 나타났다.

중국집 배달 사례도 비슷하다. “방금 출발했습니다”라는 사장님의 말은 가게 입장에서의 설명이라 오히려 짜증을 유발한다. 하지만 “열만 세고 문 열어주세요”처럼 손님의 관점으로 말하면 기다림 속에서도 웃음을 자아낼 수 있게 된다.

의료 현장에서도 차이가 드러난다. 같은 ‘유전 질환’ 설명이라도, 단순히 “이 병은 유전입니다”라고 말하면 환자는 부모를 원망하게 된다. 반면 “부모님도 이 병 때문에 많이 아프셨을 겁니다”라고 전달하면 환자는 부모 세대의 고통을 떠올리며 오히려 감사함을 느끼게 된다는 것이다.

문제는 그대로인데, 상대방의 관점에서 말할 때 관계가 완전히 달라질 수 있다. 상대가 ‘내 이야기를 중요하게 다뤄주고 있구나’라고 느끼는 순간, 화는 가라앉고 소통은 열린다.

과거에는 ‘죄송합니다’라는 말이 효과적이었지만, 지금은 너무 흔하게 쓰여서 오히려 진심이 덜 느껴질 수 있습니다. 그래서 그냥 사과하기보다 짧게라도 이유를 붙이는 게 좋아요. 예를 들어 ‘말씀하신 부분을 제가 확인하지 못해 죄송합니다’라고 하면 훨씬 구체적으로 들리죠.

또 한 가지는 상대방에게 놓친 게 있는지 물어보는 것이에요. ‘제가 빠뜨린 게 있으면 말씀해 주시겠습니까?’ 하고 여쭤보면 대화가 불필요하게 확대되지 않습니다. 결국 중요한 건 ‘사과’ 자체보다, 상대방이 내 말을 구체적으로 이해하고 있다고 느끼게 해주는 겁니다.”

“소리 지르는 막무가내 고객은 대면하자마자 먼저 치고 들어가셔야 됩니다. ‘무슨 안 좋은 일 있으셨어요?’ 하고 먼저 물으세요. 그렇게 하면 상대로 하여금 과도하게 화를 내고 있다는 걸 스스로 느끼게 만들 수 있어요. 그 즉시 꼬투리 잡기도 어려워지고, 기세가 한 번 꺾입니다.

또 하나는요, 거울 효과를 쓰는 겁니다. 사람이 자기 화내는 얼굴, 평생 거의 못 봅니다. 즐겁고 웃을 때 사진은 많아도, 화내는 모습은 잘 없거든요. 그런데 거울 앞에서 화를 내면 자기 모습이 그대로 보이니까 금방 당황합니다. 녹취도 마찬가지예요. 자기 목소리로 헛소리한 걸 들어보면, 스스로 창피해서 훨씬 빨리 가라앉습니다.

결국 핵심은요, 내가 이 사람을 제압하는 게 아니라, 상대가 자기 상태를 스스로 보게 만드는 것입니다. 그 순간 감정이 가라앉고, 내 감정노동도 훨씬 줄어듭니다.”

“감정이 바닥났다”는 건 단순히 기분이 가라앉은 게 아니라 번아웃의 전조 증상입니다. 특히 한국인의 번아웃은 일을 ‘많이 해서’가 아니라 ‘일만 해서’ 생깁니다. 오직 일에만 매달리다 보니 감정을 회복할 다른 길이 없는 거죠.

감정은 시간이 지나면 저절로 회복되지 않습니다. 의도적으로 채워 넣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그 방법은 거창한 게 아니라 ‘일이 아닌 것’을 하는 겁니다. 취미·문화·여가 활동 같은 작은 시도가 감정을 살리는 힘을 갖고 있습니다.

“하루 30분, 사흘만 해보세요. 넷째 날이면 달라집니다. 어제보다 조금 더 잘한다는 성장감, 그게 의미를 만들어줍니다.” 풍선 접기, 카드 마술처럼 가벼운 활동이면 충분합니다. 결국 감정 회복의 핵심은 기다림이 아니라, 작은 성장감을 경험하는 데 있습니다.

함께 웃고, 함께 버티는 힘

김경일 교수는 “앞으로 우리는 더 오래, 더 다양한 세대와 함께 살아갈 수밖에 없다”며, 결국 중요한 건 함께 웃으며 버틸 수 있는 관계와 태도라고 강조했다. 이번 특강은 단순한 강연을 넘어, 고객을 응대하는 일선에서 흔들리는 마음을 다독이고 스스로 회복할 수 있는 힘을 찾는 소중한 시간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