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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의 자부심은 어떻게 구성원의 만족으로 돌아오는가

기업들은 자신들이 가진 최초의 기록 또는 유일한 기술이나 최고의 이력을 토대로
시장에서 브랜드 가치를 높이려 한다. 그냥 자랑하기 위해서가 아니다.
실제로 이것은 이익이 되기도 하고 또 조직 구성원에게도 긍정적인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기록이 가치가 되는 그 메커니즘을 살펴보자.
글. 편집실


기업들은 왜 ‘최초’로 기억되고 싶어 하는가

세계 최초의 우표는 1840년 5월 6일 영국에서 만들어졌다. 수많은 수식어가 붙은 여러 우표를 제치고, 최초의 우표인 페니 블랙과 펜스 블루는 엄청난 가치를 자랑한다. 특히, 펜스 블루는 2011년 한 경매에서 105만 3,000파운드(약 15억 원)에 거래됐다.

비슷하지만 다른 예도 있다. 필라멘트를 활용한 백열전구를 개발한 사람이 에디슨이라는 걸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그가 백열전구를 개발하기 약 1년 전에 백열전구를 먼저 개발한 영국의 화학자가 있었다. 그는 조지프 윌슨 스원 경인데, 우리는 최초로 ‘사용화했던’ 에디슨만 기억하고 있다. 이는 최초의 기록 중에서도 그것이 누군가의 기억에 와 닿을 만한 가치를 포함해야 각인될 수 있다는 의미다.

새로운 제품이나 기술을 개척해 시장에 먼저 알리게 되는 선점 효과는 그래서 기업 입장에서는 매우 중요하며, 최초라는 단어를 각인시키면 여러 모로 유리한 요소가 생긴다. 다른 말로 ‘프레이밍 효과’라고도 부르는데, 이는 동일한 상황을 어떤 식으로 제시하는지, 어떻게 의미 부여를 하는지에 따라 그 상황에 대한 인식과 의사결정, 결과가 달라지는 현상을 말한다.


최초의 기록에 ‘유일’한 가치를 더하다

이러한 선점 효과를 누리는 대표적인 기업이 코라콜라다. 2020년 포브스가 선정한 기업 브랜드 가치 6위를 차지한 코카콜라. 7년 후에 시판을 시작한 후발주자 펩시는 대중들에게 이미 최초로 인식된 코카콜라의 명성을 따라갈 수 없었다.

그래서 1970년, 펩시는 이러한 인식에 변화를 주고자 ‘펩시 챌린지’라는 대대적인 마케팅을 펼쳤다. 블라인드 테스트를 통해 소비자가 직접 선호하는 콜라의 맛을 선택하게 하는 것이었다. 결과는 예상 밖으로 펩시의 승리였다. 블라인드 테스트를 시행한 결과, 상당수의 소비자가 펩시가 더 맛있다고 답했던 것이다. 이를 기반으로 펩시는 적극적인 마케팅을 통해 점유율을 뺏어오는데 성공하지만, 이 일시적인 승리는 얼마 지나지 않아 코카콜라의 반격에 무너지고 말았다.

블라인드 테스트를 했을 경우에는 펩시에 대한 선호도가 높았지만, 실험자들에게 코카콜라라는 브랜드를 알려주었을 때는 코카콜라를 선택하는 확률이 월등히 높았던 것이다. 즉, 사람들은 ‘맛있다’가 아닌 ‘좋아한다’에 대한 가치를 더 높게 생각한 것이다. 이에 코라콜라는 ‘브랜드 가치가 우월하다’는 논리로 대대적인 홍보를 하며, 다시 왕좌를 차지할 수 있었다. 이것이 최초의 기록을 가진 브랜드가 차지할 수 있는 유리한 입지였다.

물론 모든 브랜드 가치가 단순히 최초로 시작하거나 개발했다고 해서 높아지는 것은 아니다. 이런 최초의 가치를 지혜롭게 활용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코카콜라 역시 이를 잘 알고 있는 기업이었다. 코카콜라는 특허 등록을 하지 않았는데 그 이유는 특허 등록을 할 경우, 20년간 보호를 받게 되지만, 영업비밀인 레시피를 공개해야 하고, 20년 후에는 누구나 그 레시피로 콜라를 제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신비주의를 택함으로써 ‘유일’함을 더하며 기업 가치를 더욱 높였다.


최초의 기록에 ‘유일’한 가치를 더하다

이처럼 최초로 제품을 출시하거나, 가치를 인정받은 경우는 새로운 시장에서 앞서 갈 수 있다는 큰 장점이 있다. 산업표준에 영향을 주고, 기술적 리더십에 있어서도 우위를 차지할 수 있어 상대적으로 유리하다. 또 시장지배력도 높일 수 있을 뿐 아니라 로열티로 이어지며 수익도 상당히 창출해낼 수 있다.

대표적인 기업이 퀄컴이다. 퀄컴은 코드분할다중접속(CDMA) 원천 기술에 대한 특허권자로, 휴대전화업체들이 이 회사의 제품을 통신칩으로 사용하면서 해마다 수조 원의 로열티를 지불하고 있다. 독점판매와 로열티를 모두 챙긴 것이다. 이러한 라이선스 전략을 통해 퀄컴은 2019년 애플과의 협업도 이끌어냈다.

그래서 대부분의 기업들이 글로벌 시장에서의 생존방법으로 특허 또는 라이선스를 중요하게 여기는 것이다. 특허와 라이선스는 저명한 연구기관 또는 학교와 협력하거나 경우에 따라서는 매입을 통해 획득하기도 한다. 생존이자 전쟁의 도구이기 때문이다. 라이선스 또는 독점 기회를 갖게 되면 기업은 안정적인 성장의 기회를 가질 수 있으며, 분쟁이 발생했을 경우 최초에 대한 기록과 인증이 승리에 결정적 역할을 하기도 한다.

최초가 아니어도 ‘최고’가 되면 시장은 돌아선다

그렇다면 최초를 선점하지 못한 기업들은 산업을 리드할 수 없는 걸까? 시장을 먼저 치고 나가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시장에서 존재할 수밖에 없는 ‘최고’가 되는 것이다. 저가 가구 브랜드 이케아가 대표적이다. 저가 전략을 사용하는 기업인 이케아는 최초도, 유일하지도 않다. 직접 운반하는 셀프 시스템도 최초가 아니다. 그러나 지금 이케아는 글로벌 브랜드로 서 그 입지를 견고히 하고 있다.

이케아가 가진 무기가 있었기 때문이다. 바로 가구를 압축하는 기술이다. 이른바 플랫팩(Flat Pack)이라 지칭하는 포장법인데 운송, 유통, 보관을 용이하게 해 비용을 절감할 수 있고, 저렴한데도 비싸 보이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이케아는 이 플랫팩을 체계화해, 이미 다른 기업들이 추구했던 저가 전략, 직접 운반, 조립이라는 모든 과정을 하나의 시스템과 문화로 탄생시켰다. 자신들의 강점을 다른이들의 전략과 시스템에 연동해 재탄생시킨 것이다. 이것이 이케아를 최고로 만들었다. 마찬가지로 구글 역시 선점 효과를 누린 기업이 아니다. 인터넷 포털 사이트의 최초는 야후다. 실제로 1994년 야후 창업 당시만 해도 포털 사이트라는 개념이 없었기 때문에 엄청난 파란을 일으켰다. 라이코스, MSN 등이 잇달아 뛰어들었지만, 야후를 넘기엔 절대 부족이었다. 더구나 야후는 후발주자와의 격차를 벌리고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이메일, 뉴스, 지도와 같은 부가서비스를 시행하며 당당히 성장했다.

이랬던 야후가 지금은 왜 구글에 밀리게 됐을까? 여기엔 자동화 시스템이 도화선이 됐다. 야후의 전성기였던 1998년, 래리 페이지와 세르게이 브린이라는 무명 컴퓨터공학자들이 야후의 검색엔진을 알고리즘 프로그램으로 자동화하자는 제안을 했다가 거절 당했다. 그리고 그들이 설립한 회사가 바로 구글이다. 구글이 추구한 건 자체 기술을 통해 우수한 검색력을 제공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그들은 핵심 원천 기술인 검색 기술에 집중했다. 후발주자였음에도 이들이 집중한 검색 기술은 최고였고 유일했다. 시장은 이로 인해 돌아서게 됐다.


기업의 가치는 직원의 자부심으로 이어진다

기업이 이토록 최초 또는 최고의 가치를 추구하는 것은 단지 시장에서의 성공과 생존만을 위해서는 아니다. 기업이 갖는 가치는 내부 구성원에게 긍정적인 인식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도 매우 중요하다. 자신이 속한 기업이 최초로 개발한 제품이나 특허 기술이 있어 대외적으로 긍정적 인 평가를 받게 되면, 조직 구성원으로서 자부심을 갖게 되기 때문이다. 최고와 함께한다는 자부심은 조직에 대한 만족도를 높여 심리적 계약을 강화시킨다. 심리적 계약이란 조직과 구성원 간 상호의무에 대한 기대와 믿음이다. 조직에 대한 만족도가 높아지면 충성도도 높아져 구성원들의 업무 몰입도까지 높일 수 있다. 그래서 기업에서 창출한 최초의 기술, 최고의 성과, 또는 유일한 핵심 원천은 더욱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그렇기에 기업이 가진 우수한 핵심 강점을 대내외에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것 또한 중요하다. 우리 회사는 어떤 최초와 최고를 지향하며, 어떤 가치를 가지고 있는가? 한번쯤 자문해보며 객관적으로 바라보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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