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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와 문화로
한결 풍성해진 인류의 식탁

그동안 인류는 좋은 식재료를 찾아가는 노력을 통해 생존해왔고, 문명을 발전시켰으며, 교류를 확대해왔다.
인류의 식탁 위엔 역사와 문화가 씨실과 날실처럼 얽혀 있다.
추석이 있어 음식에 대한 관심이 더 커지는 9월, 좀처럼 사그라들지 않는 코로나19의 위세에
건강에 대한 중요성이 한층 각별해진 요즘, 다시금 식탁에 앉아 인류의 역사와 함께한 ‘음식’을 떠올려보자.
글. 편집실 / 참고. 『사피엔스의 식탁』 『진짜 세계사, 음식이 만든 역사』 『치즈 책』



감자+치즈+소금, 인류 역사와 함께한 식재료의 산증인


우선 세계 4대 작물 중 하나인 감자는 125개국에서 연간 3억t 이상 생산되고 있는 인류의 주요 에너지원이다. 감자는 안데스 고산지대나 아프리카 사하라사막, 눈 덮인 그린란드에서도 재배할 수 있다. 지난 2015년 개봉한 영화 <마션>을 떠올려보면, 식물학자인 주인공이 화성에서 살아남기 위해 재배한 작물이 감자일 만큼 잘 자라는 건 기본, 영양성분도 우수하고 맛도 담백해 어떤 음식과도 잘 어울린다.

이런 감자가 ‘악마의 음식’이라 불리던 때도 있었다. 원산지가 아메리카인 감자는 16세기 후반 유럽에 처음 소개됐을 때, 성서에 없는 식물인데다 모양도 울퉁불퉁해 악마의 음식이라 냉대를 받았다. 하지만 17세기 독일 프리드리히대왕과 프랑스 농학자 앙투안 덕분에 유럽 전역에서도 훌륭한 식재료로 인정받게 됐다.

이러한 감자는 세계 식문화를 바꿨고 세계 역사에도 큰 영향을 끼쳤다. 1845년, 감자를 주식으로 삼던 아일랜드에 감자역병이 퍼지기 시작했는데, 수년간 대기근이 이어졌고 인구의 1/4가량이 굶주림에 쓰러졌다. 이로 인해 많은 이들이 살기 위해 아메리카 신대륙으로 이주했다. 그중엔 패트릭이란 청년도 있었는데, 그가 바로 지금도 미국인들의 사랑을 받는 대통령, 케네디의 할아버지다. 역사가 오래된 식재료 중에는 치즈도 있다. 인류 최초의 치즈는 놀랍게도 신석기시대에도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토기 파편에 묻어 있는 동물의 젖 성분에서 그런 흔적을 발견했는데, 아마도 먹고 남은 젖이 따뜻한 곳에서 부드럽게 응고되는 현상을 통해 치즈가 우연히 발견됐을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오래된 식재료인 만큼 제조법에 따라 다양한 치즈들이 존재하게 됐는데, 한때는 로마시대의 전쟁식량이기도 했다. 로마군들은 정복전쟁을 떠나며 치즈를 가져갔고, 이로 인해 치즈가 세계 곳곳에 퍼졌다. 그러던 중 치즈 제조법을 크게 발전시킨 것은 중세 수도원으로 알려져 있다. 자급 자족해야 하는 수도원의 수사들이 치즈를 직접 만들어 판매했고, 현재 우리가 즐겨 먹는 치즈가 이때 상당수 개발됐다고 한다.

오래된 식재료로 소금을 빼놓을 수 없다. 소금은 인류 역사상 가장 오랜 역사를 가진 조미료 중 하나로, 기원전 6천 년경부터 사용됐다. 소금은 동서양을 막론하고 부와 권력의 상징이었는데, 중국은 한나라 때부터 소금의 전매업을 실시해 주요 세수로 삼았으며, 진시황은 소금을 전매한 수입으로 군대를 양성해 대륙을 통일하기도 했다. 또 초기 로마에서는 병사들에게 하루 한 주먹의 소금을 배급했고, 나중에서야 현금으로 대체됐다. 월급을 뜻하는 영어 salary가 바로 소금과 관련된 라틴어 salarium에서 유래된 것이다.

중세 신대륙이 발견되기 전까지 유럽의 무역은 제노바와 베네치아의 소금 패권에 의해 좌우됐다고 전해진다. 그래서 인문학자 마크 쿨란스키는 “인류사는 소금을 차지하기 위한 하얀 황금의 역사”라 말하기도 했다. 요즘은 전 세계적으로 소금의 과잉섭취를 염려하는 분위기지만, 여전히 인류는 소금 없이 살 수 없다. 자고로 음식은 간이 맞아야 맛이 살아나기 때문이다.



디저트, 고기, 술까지 개성 어린 각국의 추석 전통음식


전통음식엔 한 나라의 역사와 문화가 생생히 담겨있다. 이에 추석을 앞두고 세계 각국의 전통 음식을 소개해본다. 먼저 이웃나라 중국에선 추석에 보름달을 닮은 월병을 즐겨 먹고 또 선물 한다. 결혼을 안 한 아가씨가 월병을 먹다 남기면 시집을 못 간다는 속설이 있어 중추절 월병만큼은 다 먹는다고 한다.

매년 10월 2째주 월요일은 캐나다의 추석, 추수감사절이다. 이날 캐나다 사람들은 가족들과 칠면조고기를 먹는데, 칠면조 양이 많아 추수감사절이 끝나도 며칠간 칠면조고기가 들어간 샌드위치나 샐러드를 먹는다고 한다. 필리핀에선 양력 11월 1일, 만성절에 고향을 방문해 성묘를 한다. 성묘를 할 땐 반드시 꽃을 가져가 장식하고, 찹쌀로 만든 케이크와 바나나잎에 싼 찹쌀밥을 먹는다고 전해진다.

러시아의 추석에 해당하는 날은 매년 11월 8일 직전의 마지막 토요일로, 성 드미트리 토요일이라 한다. 보드카의 나라답게 햇곡식으로 빚은 보드카를 나눠 먹으며, 새들에게 곡식을 모이로 나눠주는 풍습이 있다. 이렇게 러시아에 보드카가 있다면 독일엔 맥주가 있다. 독일의 추석은 에른테당크페스트라고 부르며, 맥주나 포도 등 특산품이 있는 지역을 중심으로 동네 축제처럼 열린다. 독일 뮌헨의 대표적인 맥주축제 옥토버페스트도 에른테당크페스트의 일환이다.



고기, 생선, 채소를 가미한 에너지 듬뿍 국가별 건강보양식

한편, 혹독한 무더위를 견딘 지금 우리 몸이 원하는 건 보양식이 아닐까. 보양식엔 원기를 북돋고 에너지를 충전시켜주는 힘이 있다. 우리가 삼계탕을 먹듯 다른 나라 사람들도 건강보양식을 챙겨먹는다. 프랑스 보양식은 불에 올려놓은 냄비란 뜻의 ‘포토푀’다. 사태, 등심, 꼬리 등 여러 부위 소고기로 육수를 끓인 후 채소와 향신료를 넣고 약불에서 장시간 고아 만든 스튜로, 우리네 곰탕을 떠올리면 되겠다.

스페인에선 마시는 샐러드라 불리는 ‘가스파초’를 먹는다. 토마토와 오이, 마늘, 피망 등에 올리브오일과 식초, 얼음물까지 함께 블렌드로 갈아먹는 음식으로, 마시는 순간 생기가 충전된다. 페루에서는 얇게 자른 해산물을 레몬껍질, 레몬즙이나 라임즙에 절여 차게 먹는 ‘세비체’가 있다.

영국의 보양식은 놀랍게도 ‘장어젤리’다. 18세기에 런던 동부에서 유래된 음식으로, 당시 템즈 강의 오염이 심해 장어 외 다른 어류가 살지 못했다고 한다. 장어를 푹 삶아 젤리 형태로 굳혀 차갑게 만든 장어젤리는 축구선수 베컴이 즐겨 찾는 보양식으로 알려져 있다. 일본 역시 보양식으로 장어를 즐겨 먹는데, 주로 장어덮밥인 ‘우나돈’을 즐긴다.

세계적인 작가, 권터 그라스는 “식품은 인류의 운명을 결정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세계사를 바꾸기도 하고, 마음을 나누기도 하며, 건강을 조절해주기도 하는 것이 음식이다. 그만큼 인간의 삶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풍요의 계절을 맞아 준비해본 식재료와 음식 이야기를 통해 그 흔하면서도 소중한 가치를 잊지 말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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