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속 350km, 좋아하는 마음은 그보다 빠르게

F1 마니아 물류인프라기획팀
오유진 매니저의 오프타임

2026-09-21

시속 350km의 머신이 눈앞을 스치는 데는 단 몇 초. 그러나 그 짧은 순간을 만나기까지 오유진 매니저의 일상은 F1을 향해 달려왔다. 경기 규칙과 팀의 전략을 파고들고, 미국 마이애미까지 날아가 레이스를 직접 봤다. 이제는 F1을 누구나 쉽게 이해하고 즐길 수 있는 한국어 플랫폼까지 만들고 있다. 좋아하는 마음을 새로운 도전의 동력으로 바꾼 오유진 매니저만의 오프타임이 시작된다.

차원이 다른 주말의 레이스가 시작된다

응원하는 메르세데스팀의 유니폼을 든 오유진 매니저

오유진 매니저의 F1 주말은 토요일 밤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F1은 보통 금요일 연습 주행인 ‘프랙티스’, 토요일 출발 순서를 정하는 ‘퀄리파잉’, 일요일 본경기인 ‘레이스 데이’까지 사흘에 걸쳐 진행된다. 그는 이 가운데 퀄리파잉과 본경기를 빠뜨리지 않고 챙겨본다. 퀄리파잉 결과가 본경기의 출발 위치를 결정하기 때문에 토요일부터 이미 승부가 시작되기 때문이다.

토요일 예선이랑 일요일 본경기를 꼭 봐요.
유럽 레이스는 밤 10시에 시작해서 열두 시 반쯤 끝나고 잠들면 월요일이죠.
그런데 응원하던 선수가 이긴 주는 출근길부터 달라요.(웃음)

부릉부릉 동그리 멤버 김도영 매니저와 함께 (좌), F1의 매력을 함께 즐기는 동기들 (우)

혼자 보지는 않는다. 사내 덕후 모임 ‘부릉부릉 동그리’ 멤버들과 카톡방에서 실시간으로 소통을 하며 본다. 낮 경기인 날에는 F1 카페로 향한다. 각자 응원하는 팀의 유니폼을 입은 팬들이 한 공간에 모여 환호하는 순간, 화면 속 레이스는 함께 즐기는 축제가 된다.

메르세데스부터 페라리까지, 오유진 매니저의 F1 사랑을 보여주는 굿즈 컬렉션

팬들이랑 같이 보면 재미가 두 배예요. 굿즈 자랑하고, 실시간으로 담소 나누고.
그게 제 F1 모드의 시작이에요.

빠른 자동차 사이, 전략은 더 빠르게 움직인다

치밀하게 세운 전략도 한순간에 뒤집히는 곳. 마이애미 그랑프리 현장에서 만난 F1의 속도와 변수

룰을 모르고 보면 F1은 정말 재미없어요. 차들이 빠르게 달리고,
가끔 추월을 시도하고, 60~70바퀴를 도는데…
그냥 고속도로를 멍하니 보는 거랑 다를 바가 없거든요.

그런데 팀과 선수, 챔피언십 순위를 알고 나면 같은 화면이 계산식이 된다. 겉모습은 닮았어도 차는 팀마다 성격이 다르다. 파워유닛(엔진)은 물론 차체, 에어로(공기 흐름을 다루는 설계), 냉각과 에너지 운용까지 제각각이다.

어떤 팀은 직선이 강하고, 어떤 팀은 고속 코너에서 더 빨라요.
타이어를 언제 갈지, 부드러운 소프트로 갈지 단단한 하드로 갈지,
먼저 피트에 들어갈지 트랙에 더 남을지에 따라 순위가 달라져요.
사고 나서 세이프티카(천천히 선두를 이끄는 안전차)가 나오면
짜 둔 전략이 한순간에 무너지기도 하고요.

자동차를 향한 관심은 일상에서도 계속된다. BMW 드라이빙 센터를 찾은 오유진 매니저

그의 전 직장은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 입사 전 자동차는 바퀴 네 개의 이동 수단이었다. 면허도 입사 후에 땄다. 그런데 브랜드에 심장을 건 사람들 사이에서 F1을 매주 보다 보니 시선이 바뀌었다. 지금은 메르세데스팀을 응원하고, 선수로는 레드불의 막스 베르스타펜을 본다.

도시 전체가 F1으로 물든 마이애미 그랑프리 주간. 곳곳에서 레이스의 열기를 만날 수 있었다.

역사상 가장 어린 나이에 데뷔해서 21시즌부터 24시즌까지 챔피언을
네 번 연속 가져간 사람이에요. 차가 둔해져도 기량만은 대체할 수가 없어요.
마치 까칠한 천재를 보는 느낌이랄까? 초심자면 베르스타펜 이야기부터 추천드려요!

이처럼 한 바퀴 안에 차의 성능, 타이어, 드라이버의 판단, 팀의 계산이 동시에 움직인다. 그 계산을 비 몇 방울이 전부 무너뜨릴 때, F1은 다시 재밌어진다.

화면 밖에서 만난 시속 350km의 낭만

머신이 눈앞을 통과할 때마다 관중석 전체가 일어섰다. 화면으로는 느낄 수 없었던 직관의 열기

오유진 매니저는 얼마 전 미국 마이애미에서 오랫동안 바라던 F1 직관의 꿈을 이뤘다. 국내 모터스포츠 경기에서 시속 200km로 달리는 차량을 보고도 놀랐던 그는 그보다 1.5배 이상 빠른 F1 머신의 속도를 직접 느껴보고 싶었다. 도로에서는 평생 마주하기 어려운 시속 350km의 세계였다.

메르세데스 유니폼을 입고 마이애미 그랑프리를 즐기는 오유진 매니저. 오래 기다린 직관의 꿈이 현실이 됐다.

생각보다 훨씬 시끄럽고, 먼지도 많이 나고, 정말 빠릅니다.
그런데 바로 그 점에 모터스포츠만의 낭만이 있어요. 관중들이 저마다 응원하는
드라이버의 이름을 외치는 모습도 굉장히 인상적이었고요.

머신은 눈앞을 말 그대로 순식간에 통과했다. 자신이 앉은 구역 앞으로 다가오면 관중들은 일제히 자리에서 일어나 사진을 찍고 구호를 외쳤다. 잠깐 한눈을 팔면 놓치기 때문에 음식을 먹으며 느긋하게 관람할 여유도 없었다. 현장에서는 중계 해설을 듣기 어려워 전광판을 통해 경기 상황을 파악해야 했다. 그가 직관을 준비하는 사람에게 “전광판이 잘 보이는 자리를 선택하라”고 강조하는 이유다.

헬멧도 직접 써보며 잠시 드라이버 기분을 만끽했다.

현장에서 F1 드라이버를 바라보는 시선도 달라졌다. 뜨겁게 달궈진 아스팔트 위에서 머신 내부 온도는 60~70도까지 치솟는다. 드라이버는 무거운 브레이크와 스티어링 휠을 다루고, 급가속과 급감속 때 가해지는 강한 중력을 버티면서 두 시간 가까이 집중해야 한다.

실제로 보니 ‘저 속도에서 어떻게 팀과 대화하고 순간적인 판단까지 하지?’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저라면 운전하느라 한마디도 못 할 것 같았죠.
F1 드라이버가 왜 세계에 스물두 명뿐인지 알겠더라고요.
말 그대로 인간의 한계를 넘어선 사람들이었어요.

약 20kg의 타이어를 직접 다뤄본 피트 스톱 체험 모습

경기장 밖에서 경험한 피트 스톱 체험도 잊을 수 없다. F1에서는 보통 2~3초대에 네 개의 타이어를 모두 교체한다. 그러나 약 20kg에 이르는 타이어와 무거운 장비를 직접 다뤄보니 그 짧은 기록 뒤에 얼마나 많은 훈련과 팀워크가 숨어 있는지 실감할 수 있었다.

보는 취미에서 만드는 취미로

오유진 매니저가 직접 구상한 F1 플랫폼 ‘GRID DECODE’. 초심자를 위한 입문 정보부터 레이스 분석까지 담을 예정이다.

국내 F1은 아직 비주류다. 한국어 안내가 적고, 밈과 팬페이지는 영어가 먼저다.

초심자도 들어와서 정보를 쉽게 얻을 수 있는 곳이 필요했어요.
그런데 바로 그 점에 모터스포츠만의 낭만이 있어요.
관중들이 저마다 응원하는 드라이버의 일정만 모아 두는 팬페이지가 아니라,
이해하면서 보게 해주는 한국어 플랫폼이요.

퇴근 후 다시 열리는 개인 작업실. 이곳에서 F1을 보는 취미가 만드는 취미로 확장되고 있다.

가칭은 GRID DECODE. 입문 콘텐츠, 2026년 규정 풀이, 그랑프리 전후 분석, 핵심인 Race Lab까지 다섯 영역을 그리고 있다. 문서용 14인치 노트북으로는 이미지가 버거워, 회사 PC의 두 배쯤 되는 울트라북을 들였다.

저는 무언가를 좋아하면 오랫동안, 꾸준히, 깊게 파고드는 편이에요.
맡은 일은 끝까지 알아봐야 직성이 풀리는 성격이 취미에도 이어지는 것 같아요.
보는 데서 멈추지 않고 직접 만들어보는 과정이 그래서 더 재미있습니다.

다음 목표는 모나코 그랑프리 직관이다. 평소 일반 도로로 사용되는 좁은 코스를 F1 머신이 아슬아슬하게 통과하는 역사적인 레이스다. 언젠가는 요트 위에서 무알코올 샴페인을 터뜨리며 경기를 관람하는 장면도 꿈꾼다.
그보다 먼저 이루고 싶은 목표는 ‘GRID DECODE’를 성공적으로 완성하는 것이다.

한국에서 F1 페이지라고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서비스를 만들고 싶어요.
어렵게 느껴지는 F1의 진입 장벽을 재미있게 낮춘 사람,
국내 F1 대중화의 선두주자라는 말도 한번 들어보고 싶습니다.

레이스를 보는 마음에서 시작해 새로운 플랫폼을 만드는 도전까지.
오유진 매니저가 좋아하는 것을 향해 달리는 속도에는 제한이 없다.

오프타임 물류인프라기획팀 F1 레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