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Z청년, 현대글로비스를 위하여

‘종합물류업계 1위(2021년·국내 기준)’, ‘글로벌 車 선사 2위(2021년 기준)’, ‘직원 1인당 영업이익 1위(6억2900만원·2019년 기준)’.

현대글로비스의 오늘을 나타내는 말들이다. 주로 실적 등에 기반한 정량적 평가들이다.

기고문을 쓰기 전에, 제법 오랜 시간 고민했다. 현대글로비스는 어떤 회사일까. 현대차그룹을 수년간 출입한 기자인 만큼 보통의 사람들보다는 현대글로비스를 더 잘 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현대글로비스는 이런 회사다’라고 규정할 한 마디를 떠올리긴 힘들었다. 기사를 찾아보고, 홈페이지를 뒤적이고, 사업보고서를 살펴봤다.

예전의 현대글로비스는 자동차 물류회사였다. 2000년대 초반 한국로지텍㈜ 시절엔 그랬다. 사업보고서는 오늘의 현대글로비스를 종합물류업과 유통판매업, 해운업을 영위하는 기업으로 규정한다. 헷갈리는 이유를 조금씩 알 것 같았다. 사업부문별 매출 포트폴리오는 대략 32%, 51.9%, 15.3%다. 외부인의 눈에는 각 사업부문도 묘하게 겹친다. 어디서부터 어디까지가 종합물류업이고 해운업일까. 그리고 이건 유통판매업(특히, 트레이딩 사업)과 정확히 ‘가르마’를 탈 수 있는 걸까. 아. 어렵다.

현대글로비스, 넌 다 계획이 있구나

사업보고서는 일종의 자기소개서다. 게다가 법에 따라 공시해야 하는 만큼 거짓말을 할 수도 없다. 각 기업이 지향하는 비전과 정체성도 담겨있다. 요즘은 기업별로 ‘종합’과 ‘플랫폼’이란 단어가 자주 보이는 편이다.

현대글로비스의 세 사업부문들엔 표현이 조금 다를 뿐 ‘우리 손에서 시작해, 고객의 손으로’라는 메시지가 일관되게 담겨있었다. 제공하는 서비스가 무엇이든, 기본적으로 현대글로비스는 무엇인가를 효율적으로 클라이언트(Client)에게 전달하는 기업이다. 그리고 서비스 분야들이 지속해서 넓어지고 있다.

덕분에 현대글로비스가 과거 현대차그룹의 인하우스(In-house) 해운 자회사였다면, 이제는 한 마디로 사업 범위를 규정하기 힘든 기업이 됐다. 중고차 거래 전문 서비스인 오토벨도 있고, 해외에서 알루미늄이나 구리 등을 수·출입 또는 중계무역까지 한다. 오토벨 역시 단순 매입과 판매를 넘어 중고차 매입부터 시세 산출·거래 중계까지 한다. 이건 소위 ‘물건을 떼어다 파는’ 기존 유통업이나 물류업과는 완전히 다른 양태다.

현대글로비스, 너 얘랑 닮은 거 아니?

스위스의 론자(Lonza)란 제약 회사를 들어보셨는지. 생소한 이름이지만, 론자는 글로벌 CDMO(Contract Development and Manufacturing Organization) 업계 1위 업체다. CDMO는 바이오 의약품 위탁개발(CDO)과 위탁생산(CMO)을 합친 단어다. 한 마디로 의약품 개발과 분석지원, 제조 서비스를 통합해 제공하는 기업을 뜻한다.

지난해 국내 바이오·제약업체 중 최초로 연간 매출 3조원 고지를 돌파한 삼성바이오로직스가 CDMO다. 참고로 론자의 글로벌 CDMO 시장 점유율은 25.2%다. 요즘 한참 잘나가는 삼성바이오는 9.1%(2위)를 차지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부분 가동에 성공한 삼성바이오로직스 제4공장.
이 공장의 연간 바이오 의약품 생산능력은 24만L에 달한다. [사진 삼성바이오로직스]

글로벌 CDMO 시장에는 600여개 이상의 업체가 경쟁 중이다. 다만 원료생산이나 포장 같은 단일 기능에만 집중하는 소형 업체가 대부분이다. 중형 기업이 일부 존재하긴 하지만 막강한 자본력과 높은 개발 능력을 갖춘 대형 업체는 극히 소수다.

갑자기 왜 CDMO 얘기를 하는지 의아한 분들도 있을 것 같다. 그런데, 취급하는 품목이 다를 뿐 현대글로비스의 사업 모델이 CDMO와 묘하게 닮았다는 생각이 들지 않나. 모두 내 제품이 아닌 내 서비스를 판매한다. 그것도 다른 기업의 제품 판매를 돕는 서비스다. 시장 경쟁상황도 유사하다.

론자나 삼성바이오 모두 자체 의약품을 개발하긴 하지만, 기본적으로 글로벌 메이저 제약사(Big Pharma) 등이 생산을 맡긴 약들을 제조해 공급한다. 코로나19 백신으로 유명해진 모더나와 2020년 11월 당시 연 4억 회분의 백신 생산물질 공급 계약을 맺은 것도 론자였다. 그만큼 안정적이고 빠른 제품 생산 및 전달이 가능한 업체란 얘기다.

필자가 현대글로비스의 사업보고서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대목은 전년 대비 31.8% 늘었다는 매출(21조7796억원·21년 기준)도 아니고, 1조원이 넘는 영업이익도 아니었다. 대신 규정하기 어려울 정도로 사업 범위가 넓어져 있고, 해운업 매출 중 60%가 현대차나 기아가 아닌 VW나 BMW·Daimler·Tesla 같은 글로벌 완성차 업체(Car Maker)에서 발생한다는 점이었다.

뒤집어 말하면, 현대글로비스가 글로벌 CDMO처럼 현대차그룹의 경쟁 브랜드들이 자기 제품을 믿고 맡길 만큼 객관적이면서 고품질의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얘기다. 이는 최근 삼성전자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사업에서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대만의 TSMC와도 맞닿아 있는 부분이다.

참고로, 스위스 론자는 기업 목표 달성을 위한 다섯 가지 전략적 우선 사항(Five Strategic Priorities)을 두고 있다. ① (적시에 제공되는) 서비스(Service) ② (견줄 수 없이 폭넓은 서비스) 범위(Scope) ③ (경제·환경·사회적) 지속가능성(Sustainability) ④ (고객사를 위한 다양한) 솔루션(Solutions) ⑤ (상품화를 앞당기는) 스피드(Speed)가 그것이다. 어디서 많이 들어본 얘기 아닌가.

MZ청년 글로비스에게

기자로서, 담당했던 기업이 성공적으로 성장하는 모습을 지켜보는 건 하나의 보람이고 행복이다. 현대글로비스는 그간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성공 스토리를 써왔다. 2001년 2월 설립한 한국로지텍㈜을 모태로 하니, 이제 20대 초반의 혈기왕성한 청년이다. 키(매출과 영업이익)는 물론 덩치(사업영역)도 꾸준히 커졌다.

여느 기업과 마찬가지로 현대글로비스 앞에도 다양한 갈림길이 놓여있다. 다만, 지금까지의 성공이 미래를 담보해주지는 않는다. 좋은 대학에 입학했다고 반드시 성공하는 건 아니지 않나. 현대글로비스가 꾸준히 다양한 서비스를 내놓고, 공급선을 발굴하고, 사업 영역을 확장하는 것도 이를 잘 알고 있기 때문이라 믿는다.

애플의 창업자인 故 스티브 잡스가 펩시콜라의 대표(president)였던 존 스컬리(John Sculley)를 영입할 당시 했던 말로 마무리를 대신하고 싶다.

“여생을 설탕물이나 팔면서 마무리 하고 싶습니까. 아니면 나와 세상을 바꿔보겠습니까? (Do you want to sell sugar water for the rest of your life, or do you want to come with me and change the world?)”

현대글로비스가 기존의 서비스나 계속해서 파는 기업에 머물지 않을 것이라 믿는다. ‘글로벌(Global)+비전(Vision)’이란 이름답게 꾸준히 새로운 길을 열어가고, 그에 걸맞은 성과를 일궈가길 기원한다.

넓어진 사업 영역을 다시 숙지해야 하는 ‘고통’은 기쁜 마음으로 받아들이겠다. 이는 오롯이 현대글로비스를 출입하며, 애정하는 필자의 숙제다.

이수기 중앙일보 자동차팀장·행정학 박사
2023.02.19

NEWSLETTER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글로벌 SCM 전문기업
현대글로비스의 이야기를 전해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