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푸른 바다와 거대한 선박 사이를 조율하는
강현민 일등 항해사

봄바람이 일렁이는 3월의 평택항. 거대한 함선이 무겁게 출렁이는 바닷물을 부드럽게 밀고 들어와 항구에 닿는다. 실제로 보면 그 어마어마한 크기에 압도당하는 배를 과감하면서도 신중한 판단력으로 육지로 이끄는 이는 강현민 일등 항해사다. 엄청난 배의 규모만큼 그 업무가 더욱 경이롭게 다가오는 강현민 일등 항해사를 만났다.

항해사를 직업으로 삼게 된 특별한 동기가 있을까요?

고등학교 진학 당시 인천해사고등학교의 홍보 팸플릿을 보고 처음으로 바다와 항해사에 대해 흥미를 갖게 됐습니다. 해당 고등학교에 진학해 바다와 항해사라는 직업의 발전 가능성을 보았고 제 적성과 딱 맞는다고 판단했습니다.

처음 항해사 업무를 시작했던 때가 기억나나요?

2014년 삼등 항해사가 되어 컨테이너 선박으로 시작했습니다. 첫 선박이 20년 이상 된 노후선이어서 직접 폐선까지 하게 되는 귀한 경험을 했습니다. 두 번째 선박은 자동차운반선이었습니다. 처음 배에 올랐을 때 새로운 선종에 대한 기대로 설렜던 기억이 납니다. 삼등 항해사 시절에는 항구에 입항 또는 출항할 때 선교에서 선장님을 보좌하며 승하선 하는 도선사의 안내를 도맡았습니다. 항해 중 선박의 소화기, 구명 장비 같은 안전장비 관리/점검, 항해일지 및 항해계기 기록지 관리, 선내 시간 조정, 의료 및 위생관리 등 또한 제 업무였습니다.

1년 후 이등 항해사로 진급해 통신 장비를 관리하고, 항로를 계획하고 입항 또는 출항 시 선미에 나가 정박 중 부두에 선박을 잡아주는 라인을 컨트롤했습니다. 자동차를 선적하는 데 큰 역할을 담당하는 스턴 램프(Stern Ramp, 부두와 배 사이를 연결하는 경사판)의 위치를 보는 업무도 이등 항해사의 일입니다.

삼등 항해사 때 컨테이너선박을 폐선하여 하선하던 중

2018년 일등 항해사로 진급했습니다. 일등 항해사의 가장 중요한 책임과 업무는 무엇인가요?

상위직인 일등 항해사가 되기 위해 열심히 준비했던 기억이 납니다. 일등 항해사는 선박 복원성 및 화물 관리, 선체 정비 등 주요 업무에 대한 책임이 막중한 시니어 사관으로, 부족함이 많았던 제가 잘 해낼 수 있을지 두려움과 걱정이 컸습니다. 회사 직원분들과 같이 승선하는 분들의 도움으로 지금까지 큰 사고 없이 많은 경험과 노하우를 쌓을 수 있었습니다.

선박의 구명설비 중 구명정 크레인의 유압 호스 수리 작업중

현재는 승선지원 업무를 맡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정확히 어떤 업무인가요?

2024년 2월 14일부터 시행된 승선지원반 반장을 맡고 있습니다. 승선지원반은 반장인 일등 항해사 1명과 조원인 이등 항해사 1명이 2인 1조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평택 및 인천항에 기항하는 현대글로비스 사선 중 선석 이동이나 기타 업무로 인해 휴식 시간이 부족한 선박 승무원들의 업무량을 경감시키고자 만들어졌습니다. 저는 지원 대상 선박에 승선해 일등 항해사와 다른 항해사들의 업무를 지원하고 있습니다. 화물 작업, 선박에서 이루어지는 외부 수리 작업 관리 감독 등 선박에서 발생하는 모든 일에 대해 총괄 업무를 맡고 있습니다.

조선소 수리 때

현대글로비스 자동차운반선은 무엇을 싣고 어느 항구에서 출항하고 정박하나요?

현대글로비스 자동차운반선은 컨테이너 선박과 다르게 항로가 정해져 있지 않습니다. 이처럼 항로가 규칙적이지 않고 매번 바뀌는 선박을 부정기선이라고 합니다. 국내뿐 아니라 여러 나라의 항구에 기항해 자동차를 싣는데, 그 외에도 대형 중장비, 기차, 장비의 대형 부속품 등을 선적해 각 화물의 목적지에 정박해 내려줍니다.

그 규모가 어느 정도인가요?

현대글로비스 자동차운반선의 경우 길이 약 199~230m, 폭 약 32~35m, 높이 약 50m 정도입니다. 화물의 경우 일반 소형차 기준 약 7,300대 선적이 가능합니다.

탱크 내부 점검 중

항해사 업무를 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았던 에피소드는 무엇일까요?

실습 항해사 시절 제 인생 처음으로 선박에 승선했습니다. 실습한 지 4개월이 지났을 무렵이었습니다. 국내 첫 항구인 광양항을 새벽에 출항해 방에 들어와 잠을 자는데 굉음과 함께 선박이 서서히 한쪽으로 기우는 것을 느꼈습니다. 선박은 항상 진동과 소음이 발생하는데 그 당시에는 소리와 진동이 없는 무서운 적막 속에서 기관실 알람 소리만 울려 퍼졌습니다. 지나가던 기관사도 무슨 일인지 모르겠다며 뛰어내려 갔습니다. 불안한 마음에 복도를 서성이다 외국인 조타수에게 물어보니 “Collision(충돌)! Collision(충돌)!” 외치며 뛰어가더라고요. 정말 내가 생각하는 그 단어가 맞는지 의문을 품으며 선교로 올라가 보니 말로만 들었던 충돌 현장이 제 눈앞에 펼쳐져 있었습니다. 그때 사고 처리 및 조선소 수리 등 많은 것을 경험했습니다. 일등 항해사가 된 지금도 결코 잊을 수 없는 경험입니다.

선수의 라인을 컨트롤해주는 윈치라는 장비 내부 점검 중

한번 배를 타고 나가면 보통 얼마나 걸리나요?

한번 승선하면 기본 6개월은 승선합니다. 여러 나라의 항구를 거쳐서 국내항에 들어온다 해도 승선기간이 6개월 미만이거나 본인이 더 승선하길 원한다면 추가 승선이 가능합니다. 하지만 올해부터 기본 4개월 승선으로 바뀌었습니다.

11개월 승선기간을 마치고

출항 시 배 위에서의 하루 일과는 어떻게 되나요?

기본적으로 오전 4시부터 8시까지 4시간 항해 당직을 수행하며, 오후부터는 잦은 입출항으로 밀린 업무나 직책별로 맡은 담당 업무를 처리합니다.

화재 발생 시를 대비해 소화 훈련하는 모습

승선 업무 시 혹은 항해사로 일하면서 가장 큰 어려움은 무엇이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큰 성취감을 느낄 때는 언제인가요?

직급마다 사람마다 느끼는 어려움이 다를 텐데, 저의 경우에는 해당 직급의 업무를 처음 할 때 가장 힘들었습니다. 걱정과 두려움을 안고 시작해 하나씩 해결하는 과정이 늘 고되지만, 좋은 결과를 얻고 상위직으로부터 능력을 인정받으면 뿌듯합니다. 일등 항해사가 된 뒤로는 개인의 발전은 물론, 저와 같이 승선하는 이등∙삼등 항해사 친구들이 발전하고 성장하는 모습을 보며 성취감을 느끼고 있습니다.

안전 교육 미팅 중

항해사에게 필요한 자질은 무엇인가요?

선박 안에서 짧게는 6개월 길게는 1년까지도 승선합니다. 운이 좋다면 정박 중 외출할 수 있지만 그게 아니라면 좁다면 좁고 넓다면 넓은 배 안에서 장기간 버텨내야 합니다. 그러려면 끈기와 인내심이 가장 필요해요. 여기에 덧붙여 좋은 항해사가 되려면 멈춰 있으면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1년의 많은 시간을 제한적인 공간에서 지내다 보니까 몸도 마음도 정해진 틀 안에 갇히는 경우가 있거든요. 시대에 뒤처지지 않으려면 계속해서 주변을 살피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승무원들과 바베큐 파티 중 찰칵!

미래의 항해사를 꿈꾸는 이들을 위한 조언이나 당부가 있다면 말씀 부탁드립니다.

항해사라는 직업은 장기간 선박 안에서 같은 사람들과 부딪히며 지내는 날들이 많습니다. 제한적인 공간에서 답답함을 이겨낼 본인만의 스트레스 해소법은 꼭 하나 갖기 바랍니다.

올해의 계획과 바람은 무엇인가요?

이제 막 운영을 시작한 승선지원반이 제대로 자리매김해 현대글로비스 자동차운반선 항해사분들에게 도움이 되면 좋겠습니다. 지원 혜택을 받지 못하는 분들이 없도록 더욱 확대하고 키워 나가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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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선기간 중 찍은 사진 모음

항해사로서의 꿈과 목표는 무엇인가요?

현재 일등 항해사로서 첫 번째 목표는 공부하고 정진해 다음 단계인 선장이 되는 것입니다. 장기적으로는 항해사의 최종적인 목표인 도선사인데 워낙 장시간의 공부와 노력이 필요한 목표인 만큼 충분한 시간을 두고 천천히 나아가볼 생각입니다.

 편집실
2024.0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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