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화물’ 무인 자율주행차 시대, 수출물류도 혁신해야

완전 자율주행차 시대가 성큼 다가왔다. 현대자동차그룹은 연말 자율주행 레벨 3 기술을 처음으로 적용한 양산차를 출시해 본격적인 자율주행 시대를 연다. 내년부터 고속도로에서 핸들을 잡지 않고도 시속 80㎞까지 달릴 수 있게 된다. 현대차그룹은 비상시에도 운전자 개입이 필요 없는 레벨 4, 운전자 자체가 불필요한 레벨 5 자율주행차를 개발해 2030년 상용화할 계획이다.

※ 출처: 한경 DB

자율주행차 시대에 맞춰 기존 자동차 물류 프로세스도 변화가 불가피하다. 특히 운전자가 필요 없는 차량을 해상운송으로 수출하는 과정에서의 물류 프로세스 혁신이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기존 인력에 의존하는 프로세스 대신 데이터에 의한 구동 방식이 새로 도입돼야 한다는 게 핵심이다. 전문가들은 레벨 4 이상 완전 자율주행차가 나오기 전 비용과 시간을 줄일 수 있는 수출물류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무인 자율차는 인력 없이 하역 가능

기존 완성차 수출은 주로 해상운송을 통해 이뤄지고 있다. 지난해 12월 한국해운물류학회지 ‘해운물류연구’에 수록된 ‘무인 자율주행차 수출물류 체계 개선 연구’에 따르면 기존 완성차 수출물류 프로세스는 21단계로 구성된다. 완성차를 제조공장 내 치장장으로, 다시 상차장으로 이송할 때 작업자들이 직접 운전해 나르는 구조다. 선적항에서 차를 내린 뒤 다시 치장장으로, 선내로 이송할 때도 마찬가지다. 도착항 하역 때도 운전자가 필요하다.

자율주행차의 경우 인력 없이 하역작업을 실행할 수 있다. 21단계 프로세스 중 7개 단계에서 기존 자동차와 자율주행차 간 차이가 발생한다는 게 연구자들의 분석이다. 제조공장 내 치장장으로, 상차장으로 이송할 때 자율주행차는 운전자가 필요 없다. 상차도 운전자 없이 가능하다. 선적항에 도착한 뒤 자율주행차는 스스로 하차한다. 터미널 치장장으로 이송할 때도 운전자가 필요없다. 선박 안으로 이동할 때도 마찬가지다. 도착항 하역 때 역시 스스로 운행할 수 있다.

자율주행차 전용 수출물류 프로세스 마련이 필요한 이유는 완성차 공급망에서 판매물류가 차지하는 비중이 가장 크기 때문이다. 완성차 물류는 크게 조달, 생산, 판매물류로 구성된다. 국내외 부품업체에서 완성차로 향하는 조달물류는 전체 물류비의 25~35% 수준이다. 완성차 공장 내 생산물류는 8~10% 정도다. 완성차가 국내외 고객으로 인도되는 판매물류는 60~67%를 차지한다.

‘신종 화물’인 자율주행차를 수출하기 위해선 새로운 시스템이 물류시설에 구축돼야 한다. 기존 인력에 의해 수십년 간 이어진 완성차 수출물류 프로세스를 개선하기 위해선 새로운 기술이 필요하다. 전문가들은 사물인터넷(IoT), 5세대(5G) 이동통신, 빅데이터, 인공지능(AI) 등 4차 산업혁명 기술을 자율주행차 수출물류 시스템에 접목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터미널과 선박계획 시스템, 고정밀 복합전자지도 기술 등이 필수적이다. 자율주행차 전용 자동 선적기술도 마찬가지다.

물류기업의 혁신노력도 병행돼야 한다. 스마트물류 기술을 활용해 솔루션을 개발하고, 고객사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핵심이다. 기존 물류인력 수요 감소에 대한 대응책도 필요하다. 정부 지원도 뒷받침돼야 한다. 자율주행 등 스마트물류로의 전환이 기업 생존의 필수 조건이 되면서 기업들이 대응할 수 있도록 정부의 다양한 정책 지원이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전기차는 이미 해상운송 시스템 마련

자율주행차에 앞서 이미 대세가 된 전기차의 경우 별도의 해상운송 시스템이 마련되고 있다. 90여 척의 자동차 운반선을 운영 중인 현대글로비스는 글로벌 선사 최초로 전기차 해상운송 매뉴얼을 마련해 적용하고 있다. 선적-운송-하역 등 모든 단계에서다. 전기차 특화 운송 매뉴얼로 화주사의 마음을 얻어 전기차 운송시장 점유율을 늘리는 모습이다.

자율주행차, 전기차에 특화된 해상운송 솔루션을 마련하거나 터미널-육상-해상을 잇는 원스톱 물류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선 선제적 투자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선 수익성 개선이 필수다. 다행히 현대글로비스를 둘러싼 대내외 경영환경은 좋은 편이다.

우선 연간 단위로 계약을 체결해 시차를 두고 스팟운임 인상이 반영되면서 하반기까지 구조적 수익성 개선세가 이어질 전망이다. 환경 규제 등에 따른 차량용 운송 선박 부족 문제가 장기화할 것으로 예상되는 점도 호재다. 이미 자동차 운반선의 선적 공간 부족 현상이 지속되고 있다. 이에 따른 운임 상승은 불가피하다. 내년에도 운임 상승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다.

완성차 산업의 회복세는 더욱 긍정적이다. 인플레이션에 따른 완성차 수요 둔화 우려가 있지만, 낮은 재고와 인센티브를 감안할 때 신차 수요는 당분간 견조할 것이라는 예상이 많다. 하반기 반도체 수급 개선에 따른 완성차 물동량 증가도 기대된다.

현대글로비스는 미국 전기차 고객사의 중국발 신규 물량 등 마진이 높은 비계열사 매출 비중도 증가하고 있다. 장기적으로 전기차 배터리 리스, 중고차 유통 등 새로운 성장동력도 기다리고 있다. 최근 2년 새 현금성자산이 1조원가량 증가한 만큼 신사업 투자에 더 힘이 실릴 것이라는 게 증권업계 분석이다.

자율주행차 어디까지 왔나

※ 출처: 한경 DB

자율주행 기술은 레벨 1~5단계로 구분된다. 현재 양산차에 적용된 기술은 레벨 2로, ‘부분 자동화’ 단계다. 고속도로에서 차량 스스로 앞차와의 거리를 유지하거나, 곡선로에서 차로 중앙을 지키며 주행한다. 그러나 운전자는 반드시 핸들을 잡아야 한다. 현대차의 경우 ‘고속도로 주행보조(HDA)’ 기술로 불린다.

레벨 3는 주행 중에 운전자가 운전대에서 손을 떼도 차량이 스스로 앞차와의 거리, 차로를 유지하는 단계다. 충돌 위험이 발생한 경우에만 차량 요청에 따라 운전자가 운전대를 잡으면 된다. ‘조건부 자동화’ 단계다. 현대차는 레벨 3 적용을 위해 차량에 라이다(LiDAR)를 적용하기로 했다. ‘자율주행의 눈’으로 불리는 라이다는 레이저로 물체의 형태와 거리를 측정한다.

비상시에도 운전자 개입이 필요 없는 레벨 4부터 완전 자율주행 단계로 분류된다. 최종 단계인 레벨 5는 운전자 자체가 불필요한 수준이다. 2030년엔 신차 중 레벨 4 이상 자율주행차 비중이 절반에 달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최근 주요 자동차 생산국들은 자율주행 규제를 앞다퉈 완화하고 있다. 새로 열릴 시장에서 주도권을 잡겠다는 포석이다. 유럽연합(EU)은 올 여름 레벨 4 자율주행 기술 규정을 마련할 예정이고, 독일은 따로 레벨 4 운행이 가능한 법률을 제정 중이다.

김일규 한국경제신문 산업부 모빌리티팀장
2022.0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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