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차 산업에 4차 산업을 접붙이다
애그테크(AgTech)

농업은 먹거리를 생산하는 매우 중요한 산업이지만, ‘노동 집약적 1차 산업’이라는 틀에 갇혀 등한시돼 왔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폭발적 인구 증가‧기후변화로 인한 작황 감소 등으로 인해 식량 위기가 가시화되자 첨단 기술을 농업에 접목하려는 시도가 활발해졌으며, 그 결과 1차 산업과 4차 산업을 접붙인 신산업군이 탄생했다. ‘애그테크(AgTech)’가 그 주인공이다.

우후죽순처럼 성장 중인 애그테크

애그테크(AgTech)는 농업을 의미하는 ‘Agriculture’와 기술을 뜻하는 ‘Technology’의 합성어로, 인공지능‧사물인터넷‧빅데이터‧로봇‧메타버스 등 이른바 ‘4차 산업혁명 기술’이라 불리는 첨단 기술을 농업에 적용함으로써 세상에 등장한 새로운 산업군이다. 사실 인류는 20세기 중반 이후부터 지금까지 IT 기술을 접목하지 않고도 농작물을 풍족하게 기르고 먹으며 세를 불려 왔다. 그런데 왜 갑자기 최근 몇 년간 애그테크를 실현하려는 시도가 크게 늘어난 것일까. 바로 코앞으로 다가온 식량위기 때문이다.

국제연합 산하 식량농업기구(UNFAO)에 따르면 세계 인구는 2050년 100억 명을 돌파할 전망이다. 이에 따라 전 세계는 30년 내에 지금보다 60% 더 많은 식량을 생산해야 한다. 하지만 지금껏 해 왔던 농법만으로는 이 많은 식량을 지속적으로 생산하기가 불가능에 가깝다. 이와 동시에 식량농업기구는 최근 가속화되고 있는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인도 국토의 2배에 해당하는 농경지를 산림으로 환원해야 할 뿐만 아니라 농식품 분야에서 배출하는 온실가스의 70%를 절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먹거리 생산을 늘려야 하는데 그 수단인 경작지와 농업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를 줄여야 하는 아이러니. 애그테크는 바로 이 지점에서 싹텄으며, 마치 비 맞은 죽순처럼 급격하게 성장하고 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2022년 ‘에그테크산업 활성화 방안’이라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는데, 여기에 애그테크의 가파른 성장세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농업생산 부문에서 글로벌시장 경종 부문 자동화 기기 산업 규모는 2017년 24억 8,500만 달러에서 2019년 31억 9,500만 달러로 연평균 13.4% 증가했으며, 2025년에는 79억 4,400만 달러로 연평균 13.9%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또한 세계 스마트팜 관련 기기 산업 규모는 2017년 7억 4,800만 달러에서 2019년 8억 9,900만 달러로 연평균 9.6% 증가했으며, 2025년에는 13억 3,000만 달러로 연 평균 7.6%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애그테크의 출발, 스마트팜

애그테크는 인간이 작물의 생육 환경을 완벽하게 통제할 수 있도록 조성된 스마트팜(Smart Farm)에서 출발했다. 작물을 인간의 뜻대로 자라게 하려면 자연의 영향력을 최소화해야 한다. 쉽게 말해 필요 이상으로 따가운 햇빛을 가릴 수 있어야 하고, 가뭄이 들어도 작물에 물을 줄 수 있어야 한다. 또한 이 모든 과정이 제때 이루어져야 한다. 이에 따라 현재까지의 스마트팜은 비닐하우스‧유리온실‧식물공장 등 주로 실내에 구축되고 있다. 인터넷과 연결된 각종 센서와 기자재를 활용, 컴퓨터와 스마트폰으로 언제 어디서든 스마트팜의 상황을 파악할 수 있으며 이에 맞춰 온도‧습도‧조도‧이산화탄소 농도‧풍속‧양액 공급 등을 두루 조절할 수 있다. 또한 미리 정해 놓은 생육 환경을 자동적으로 유지하도록 설정할 수도 있다.

현재 미국 대도심 한가운데에는 연간 수천 톤의 채소를 생산하는 고층 수직 농장이 공고하게 자리 잡았다. 네덜란드의 한 기업은 거대한 생태계 빌딩을 기획 중이다. 옥상에서는 농작물을 재배하고 건물 내에는 물고기를 키움으로써, 물고기의 노폐물을 퇴비로 활용하고 식물을 통해 물을 정화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고자 하는 것이다.

대규모 혁신밸리에서 지하철역 메트로팜까지

상도역 스마트팜 재배실(로봇이 파종! 7호선 상도역에 국내 최초 ‘메트로팜’, 내 손안의 서울)

우리나라도 스마트팜을 미래 주요 성장동력으로 설정, 2014년부터 적극적인 지원에 나서고 있으며 다양한 성과가 나타나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가 스마트팜 보급 사업을 펼친 결과, 2017년까지 시설원예 4,000ha‧축산농가 730호‧과수농가 600호에 스마트팜을 보급했다. 나아가 스마트팜을 집적화하여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하는 대규모 스마트팜 혁신밸리 사업을 시행, 권역별 시범단지를 구축할 계획이다.

한편 도심 속 스마트팜도 등장했다. 서울시와 서울교통공사는 2019년 국내의 한 스마트 농업기업과 협력해 서울지하철 7호선 상도역에 ‘메트로팜’을 설치했다. 만남의 광장이었던 실내 공간을 스마트팜으로 탈바꿈 시켜 부가가치를 창출하고, 서울 시민들의 생태 감수성을 높이는 데에도 활용한다. 세계 최초 지하철 역사 내 스마트팜인 메트로팜은 현재 2호선 충정로역, 5호선 답십리역, 2‧3호선 을지로3가역 등 5개 역에서 운영 중이며, 서울시와 서울교통공사는 앞으로도 여러 지하철역에 메트로팜을 추가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스마트팜을 넘어 메타버스로

애그테크는 최근 화두인 메타버스와도 긴밀히 연결되고 있다. 미국의 한 기업은 2017년 증강현실에 인공지능 기술을 더한 ‘플랜트 비전’을 개발했다. 농장 내에 설치된 적외선 카메라와 RGB 카메라로 농작물의 이상 유무를 진단하고 원인을 분석, 해결책을 제시하는 농작물 관리 시스템이다. 덕분에 농부는 스마트 기기를 통해 인간의 오감으로는 느낄 수 없는 다채로운 재배 정보를 손쉽게 얻고 농장에 적용, 생산성을 높일 수 있었다.

아예 실제 농장의 모습과 데이터를 고스란히 가상현실에 옮기는 ‘디지털 트윈(Digital Twin)’ 기술도 농업 생산성 향상에 활용되고 있다. 중국 장시성 난창시 한편에는 23.07ha 규모의 메타버스‧VR 디지털 농업 시범기지가 있는데, 중국은 이곳과 동일한 모습의 가상 농업단지를 구축해 현실에서는 벌일 수 없는 다양한 실험을 진행하고 있다. 실제 농장 및 육종 데이터를 디지털화했기에 현실에서는 몇 년에 걸쳐 걸릴 일들을 디지털 트윈 농장에서 빠르게 시뮬레이션함으로써 앞으로 일어날 상황들을 예측하고 미리 대비할 수 있으며, 생산성 향상을 위한 실효성 높은 기술도 다채롭게 개발할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싹트는 농업 메타버스

우리나라도 농업과 메타버스를 접붙이기 위한 시도를 두루 펼치고 있다. 2021년 11월, 농림축산식품부는 메타버스를 활용한 가상홍보 플랫폼 ‘욱 크래프트’를 공개했다. 메타버스 기반 게임인 마인크래프트를 활용해 농림축산식품부‧농촌마을‧스마트팜‧생태농장‧농업박물관 등 농업과 관련된 공간을 지도로 제작, 마인크래프트 계정을 소지한 사람이라면 누구나 제한없이 욱 크래프트에 참여해 다양한 농촌 공간을 체험‧탐방할 수 있도록 꾸민 것. 농림축산식품부는 욱 크래프트를 일회성 이벤트가 아닌 MZ세대에게 농식품 정책을 소개하는 소통 창구로 꾸준히 활용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올 1월에는 국내 최초로 농업 메타버스를 주제로 하는 컨퍼런스인 ‘제1회 농업 메타버스 컨퍼런스 2023’이 개최됐다. 농업 메타버스와 관련된 최신 트렌드와 다양한 기술 및 플랫폼이 소개된 가운데, 스마트 자동화 농장과 디지털 트윈 기반의 메타버스 농장이 하나처럼 움직이도록 설계된 플랫폼 ‘메타팜’이 눈길을 끌었다. 메타팜을 이용하는 농민은 실제와 똑같이 구현된 가상공간에서 각종 제어항목을 조절‧점검함으로써 농작업 효율과 생산성을 높일 수 있다.

한편 다방면의 전문가가 힘을 합쳐 구축 중인 농업 메타버스 행성 ‘토리버스’도 많은 관심을 받았다. 토리버스 안에서는 작물을 재배‧생산‧유통할 수 있다. 가상공간이지만 실제 농장과 연계 운영함으로써 작물을 기르고 판매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구성하고 있는 것. 더불어 디지털 트윈 구축‧가상 농업 교육 및 체험‧농산물 거래소 운영‧농축수산물 광고 및 홍보‧농업자산을 활용한 대체불가토큰(NFT) 출시 등도 가능하도록 만들겠다는 것이 이 프로젝트를 주도하고 있는 메타아그로스쿨(벤처농업대학) 설립자 겸 국립한경대 민승규 교수의 설명이다.

거스를 수 없는 ‘제2의 농업혁명’, 애그테크

앞서 살펴본 것처럼 애그테크는 성장 가능성과 지속성이 매우 높은 산업으로 자리 잡고 있지만, 국내 애그테크는 아직 걸음마 수준이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농업인의 경우 최고 기술 보유 국가 대비 50% 미만, 전문가는 60% 미만의 애그테크 기술 수준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했다. 이와 별개로 농업인들의 애그테크 기술 수용성 설문조사 결과, 애그테크 기술 및 제품을 도입할 의향이 있다고 답변한 농업인이 80%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 및 공공기관이 국내 애그테크 산업 지원 및 기술 개발에 더욱 적극적으로 나서야 하는 이유다.

애그테크 기술은 전문 영역이기에 기술 하나하나가 복잡하고 이해하기 힘들지만, 사실 어렵게 생각하지 않아도 된다. 우리가 자동차의 작동 원리에 대해 잘 모르는 상태에서도 자동차를 잘 운전하고 다니듯, 애그테크도 적절하게 활용한다면 농업의 생산성과 상품성을 드라마틱하게 끌어올릴 수 있을 것이다. 그러니 기대감을 갖고 애그테크의 발전상을 꾸준히 지켜보는 동시에 도입을 적극 고려‧실행에 옮기자. 그 안에서 ‘제2의 농업혁명’이 무럭무럭 자라나고 있다.

강진우 문화칼럼니스트
2023.0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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