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류산업을 ‘스마트하게’…로봇에서 답 찾는 물류기업들

바야흐로 로봇의 시대다. 오늘날 로봇은 인간을 위해 청소를 하고 음식을 서빙하며 길을 안내한다. 치킨을 튀기고 커피를 내리며, 일부 지역에서는 발레 파킹과 편의점 주문 물품 배달까지 해 준다. 로봇과 함께 하는 삶은 더 이상 공상과학 소설의 한 장면이 아니다.

로봇의 활약이 특히 두드러지는 영역은 산업현장이다. 로봇과 함께 하는 일상이 이제 막 첫걸음을 뗀 것과 달리, 다양한 산업현장에서 로봇은 이미 사람이 하던 일을 대체하고 있다. 팬데믹 이후 벌어진 급격한 인건비 상승과 노동력 부족 사태, 중대재해처벌법 시행과 같은 산업 재해 피해를 줄이기 위한 제도 개편 등이 로봇 수요를 구조적으로 늘리고 있다.

인공지능(AI)의 발달로 로봇의 작업 효율성이 높아지면서 로봇 수요 확대는 더 가팔라질 전망이다. 이와 관련해 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는 2020년 약 250억 달러였던 세계 로봇산업 규모가 2030년에는 1600억 달러로 6배 넘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산업현장 가운데 로봇 수요가 가장 큰 곳은 물류 분야다. 단순 반복 작업이 많고 수작업 의존도가 높아 자동화 수요가 크기 때문이다. 물류센터가 대표적이다. 기존에는 주문이 들어오면 작업자가 지시서를 들고 상품이 담긴 선반들 사이를 오가며 제품을 찾아다녀야 했고, 포장된 상품을 배송지별로 분류할 때도 사람이 일일이 운송장을 확인해야 했다.

물류업계에서는 ‘집품(오더피킹)’ 과정이 물류센터 주문처리 비용의 55%를 차지하며, 집품 과정의 70%는 작업자가 물류센터 내부를 걸어다니는 단순 이동이라고 분석한다.  물류로봇 솔루션 스타트업 이찬 플로틱 대표는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물류센터에서 주문이 들어온 물건을 찾아 피킹(picking)하는 작업에 전체 운영 비용의 절반 이상이 투입된다”고 말했다.

로봇은 이처럼 효율과는 거리가 멀었던 물류산업을 ‘스마트하게’ 만드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스마트 물류’를 구현하는 핵심 요소로 꼽힌다. 스마트 물류란 AI와 빅데이터 등 첨단 정보통신기술(ICT)과 로봇 등 자동화설비를 결합시켜 제품 및 자재의 포장과 하역, 보관, 배송에 이르기까지 물류업무 전반을 자동화하는 것을 말한다.

스마트 물류 구현을 위해 현장에 로봇을 선제적으로 도입한 기업은 아마존이다. 아마존은 2012년 로봇 기업 키바 시스템스를 7억7,500만달러에 인수한 이후 로봇 개발과 활용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아마존에서 도입한 포장 전 분류 작업을 담당하는 로봇 ‘스패로우’, Amazon introduces Sparrow—a state-of-the-art robot that handles millions of diverse products, aboutamazon

아마존은 2022년 11월 포장 전 분류 작업을 담당하는 물류 로봇 ‘스패로우’를 도입했다. AI와 고정밀 화상 인식 시스템을 활용, 물품이 컨베이어 벨트를 통해 작업 공간에 도착하면 표면에 부착된 라벨 정보를 판독해 아마존의 짐수레인 ‘고카트(GoCart)’에 물품을 적재하는 게 스패로우의 역할이다. 스패로우는 상품 모양·크기·색상·질감 등을 신속하게 인식해 각각의 물품을 구분용 상자 안에 넣는 작업을 수행하는데, 상품에 부착된 코드가 보이지 않아도 모양이나 표면 소재를 센서가 판독해 인식할 수 있다.

아미존은 이밖에도 대형 물류 창고에서 트럭에 적재할 대형 카트를 옮기는 작업을 담당하는 자율주행 운송 로봇 ‘프로테우스’ 등 다양한 로봇을 물류 현장에 접목하고 있다. 상품을 피킹하고 운반하는데 활용할 목적으로 2족 보행 휴머노이드 로봇 ‘디지트’에 대한 현장 테스트도 진행할 예정이다.

아마존이 도입한 이동형 로봇 수는 2013년 1만대에서 올해 75만대까지 급증했다. 아마존의 물류센터를 거치는 50억 개 이상의 물건 가운데 약 75%가 로봇에 의해 처리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아마존은 이와 관련해 “도입된 로봇의 수가 두 배로 증가할 때마다 물류 사업에 필요한 비용이 50~60%씩 감소한다”고 밝힌 바 있다.

아마존에서 도입한 대형 카트를 옮기는 자율주행로봇 프로테우스, 10 years of Amazon robotics: how robots help sort packages, move product, and improve safety, aboutamazon

국내도 유통업계를 중심으로 물류 로봇 도입에 속도를 내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쿠팡이다. 쿠팡은 최신 풀필먼트센터(FC)에 로봇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집품과 포장, 배송지별 분류는 물론 지게차 작업까지도 로봇이 도맡고 있다. 대구FC의 경우 올해 초 기준 1000대가 넘는 무인운반로봇(AGV)과 수백대의 소팅봇(sorting bot)이 현장에 투입돼 있다.

AGV는 집품 과정에서 핵심적 역할을 한다. 고객 주문이 접수되면 집품장 내에 펼쳐져 있는 2.5m 높이의 선반들 중에 해당 제품이 담긴 선반을 고른 뒤 작업자에게 가져온다. 바닥에 1.2m 간격으로 표시된 QR코드를 인식, 작업자에게 정확하게 선반을 전달한다. 작업자는 모니터 화면에 뜬 주문 목록을 확인한 뒤 이를 로봇이 가져온 선반에서 꺼내 박스에 담는 일만 하면 된다. 모니터에는 주문 제품이 선반 어디에 있는지도 표시된다. 쿠팡은 올해 2월 초 개최한 대구FC 미디어 투어 행사에서 “로봇을 활용해 업무효율을 65% 올렸다”며 “고객이 주문할 물건을 로봇이 작업자에게 전달하는데 채 2분이 걸리지 않는다”고 밝혔다.

1m 남짓한 키의 소팅봇은 배송지별 분류를 담당한다. 작업자가 상품 꾸러미를 소팅봇 선반 위에 올려놓으면 포장지에 찍힌 운송장 바코드를 스캐너로 인식한 뒤 AI시스템을 통해 최단 거리를 계산, 단 몇 초 만에 배송지별로 상품을 분류하고 작업대로 옮겨준다. 작업자의 역할은 컨베이어벨트에 실려 오는 포장된 상품을 소팅봇에 올려주거나, 소팅봇이 옮긴 상품을 가지런히 정리하는 것 정도다.

롯데쇼핑은 영국의 글로벌 리테일테크 기업 오카도(Ocado)와 파트너십 계약을 체결하고 ‘오카도 스마트 플랫폼(OSP)’ 도입을 추진 중이다. 2030년까지 1조원을 투자해 국내에 6곳의 첨단 물류창고를 오카도와 함께 구축한다. ‘고객 풀필먼트 센터(CFC)’라 불리는 오키도의 첨단 물류창고 역시 로봇을 적극 활용한다. CFC 내부에는 박스들이 격자 모양으로 층층이 쌓여 있는데, 캐비닛 형태 로봇 수백 여 대가 격자 레일 위를 오가며 박스에서 물품을 꺼낸 뒤 이동시켜 포장해 준다. 로봇은 시간당 700개 품목을 꺼낼 수 있는데, 이는 같은 시간 인간이 꺼낼 수 있는 품목 수보다 3.5배 많다.

CJ대한통운은 군포 ‘스마트 풀필먼트센터’에 로봇을 대거 배치했다. 로봇이 상품을 이송하고 이후 검수, 포장, 분류 과정도 사람 없이 자동화로 이뤄지는데 시간당 1인 작업량이 일반 물류센터 대비 50% 이상 높아졌다는 게 CJ대한통운 설명이다.

로봇을 활용한 스마트 물류와 관련해 최근 주목받고 있는 기업은 현대글로비스다. 현대글로비스는 2021년 정기 주주총회에서 정관 일부 개정을 통해 △로봇 제조·수출입·유통·임대 △소프트웨어 자문·개발·공급·유지보수 등을 신규 사업 목적으로 추가했다. 사족보행 로봇 ‘스팟’으로 유명한 보스턴다이내믹스 지분 투자 등을 통해 확보한 로보틱스 기술을 바탕으로 차별화된 경쟁력을 확보하고, 향후 급성장이 예상되는 물류 자동화 분야에서 로봇을 적극 도입한 스마트 물류 시스템을 구축해 운영 효율성과 서비스 경쟁력을 강화하겠다는 포석이었다.

현대글로비스는 이후 스마트 물류 사업을 차근차근 진행하고 있다. 지난해부터 고객사 물류센터에 첨단 기술을 구축·운영하는 스마트 물류 솔루션 사업을 본격화했다. 운송과 관리 등 물류 전 과정에 AI, 빅데이터, 로보틱스 등의 기술을 적용해 최적의 효율성을 끌어내는 사업이다. 지난 6월에는 물류 자동화 소프트웨어(SW) 개발업체를 ‘알티올’을 인수했다. 알티올은 물류 현장 운영을 중단하지 않고도 자동화 소프트웨어를 재구축·적용하는 기술을 국내 최초로 확보해 주목받아 왔다.

현대글로비스는 10월 중순에는 인천국제공항 제2공항물류단지에 글로벌물류센터(GDC)를 착공했다. 2025년 총면적 4만4420㎡(약 1만3천437평) 규모로 완공될 예정인 인천공항 GDC에는 보스턴다이내믹스의 물류로봇을 비롯해 첨단 스마트 물류 솔루션 기술이 적용될 예정이다. 이를 바탕으로 현대글로비스는 국내 스마트물류 시장의 30% 이상을 점유한다는 목표다.

업계에서는 국내 최초로 현장에 적용될 보스턴다이내믹스의 물류 로봇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보스턴다이내믹스는 물류창고를 돌아다니며 물건을 정리하고 옮기는 물류 로봇 ‘스트레치’를 지난해 공개한 후 DHL과 오토(OTTO) 등 글로벌 물류·이커머스 업체들과 잇따라 공급계약을 체결하고 있다. 스트레치는 시간당 23kg 무게의 상자를 최대 800개까지 옮길 수 있는 로봇으로 공간이 제한된 창고에서 박스를 들고 내리는 작업을 수행하는 데 최적화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전문가들은 현대글로비스의 스마트 물류 사업 전망을 밝게 보고 있다. 장문수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스마트 물류 솔루션 사업의 경우 국내외 주요 고객사 초기 수주 사업을 성공적으로 진행하며 미래 성장 기반을 마련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매일경제 노현 부장
2023.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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