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젓한데 풍성하다



호젓한데
풍성하다

언택트 차박 여행

한때 붐을 이뤘다가 주춤했던 오토캠핑이 다시 인기다.
다만 예전처럼 많은 장비를 싣고 다니지 않고 차에서 숙박을 해결하는 이른바 차박(車泊) 형태다.
차박은 사람들과의 거리 두기가 일상이 된 요즘, 접촉을 최소화할 수 있는 여행으로 주목 받고 있다.
숙박을 차에서 해결하고, 식사 또한 차에서 도시락이나 간편식으로 대체하며, 대중교통보다 자차로 이동하는 방식이다.
답답한 시공간을 벗어나 혼자 또는 둘이서 떠나기 좋은 그곳들을 소개한다.

글. 편집실 / 사진. 김정호 / 장소. 더클라임


발길 닿는 대로 어디든 좋은 곳, 충남 태안

태안은 우리나라 20여 국립공원 가운데 유일하게 해안국립공원으로 지정된 곳이다. 태안반도와 안면도를 남북으로 아우른 230km의 해안선에는 27개의 아름다운 해변이 있다.
태안을 찾았다면 만리포해변을 그냥 지나칠 수 없다. 서해안에서 유일하게 서핑을 즐길 수 있는 곳으로 마니아들에게는 여름보다 가을이 성수기로 통한다. 2km에 달하는 모래사장을 하염없이 거닐거나 갯바위와 솔숲 속으로 발길을 들여도 좋다. 어디든 여유롭고 한산하니까. 중요한 것은 가슴 깊숙한 곳에 숨어 있는 도시인의 흔적을 바닷바람으로 날려버리는 것일 테다.

한편, 솔향이 가득한 안면도 자연휴양림은 들뜬 마음을 내려놓기 좋은 곳이다. 이곳 소나무는 키가 매우 크고 올곧게 자라는 육송으로, 고려 때부터 조선에 이르기까지 왕실에서 특별하게 관리했다. 그래선지 기품과 위용이 느껴진다.
안면도 자연휴양림과 가까운 곳에는 꽃지해변이 있다. 할미, 할아비 바위로 불리는 바위가 노을과 함께 어우러져 서해안 최고의 해넘이를 볼 수 있으며, 가까운 방포항은 환상적인 해넘이를 감상하며 하루를 마감하기 좋은 차박지다. 방포항은 한적하고 조용한 어항인데, 차박을 하려면 방포항과 방파제 그 인근 주차장을 이용하면 된다. 단, 노지 캠핑이라 미니멀하게 차박할 것을 추천한다. 음식을 해먹기보다 도시락이나 방포항 수산시장에서 회를 주문해 먹는 게 좋다. 이맘때는 전어회와 구이가 맛있다.

조용한 솔숲에서 차박을 하고 싶다면 삼봉해변, 기지포해변, 밧개해변도 좋고, 바다를 조망하며 호젓하게 즐기고 싶다면 무료로 이용 가능한 샛별해변을 추천한다.




물길 따라 역사와 자연을 만날 수 있는 곳, 충북 충주

충주의 탄금대는 신라 때 나라를 잃은 우륵이 가야금을 탄 곳으로, 빼곡한 소나무숲이 인상적이다. 울창한 솔숲길을 걸어가면 남한강과 바로 맞닿은 열두대에 닿는다. 임진왜란 때 신립 장군이 열두 번을 오르내리며 결사항전을 펼치다 최후를 맞은 곳이라 붙여진 이름이다. 깎아지른 절벽 위에서 보는 남한강의 빼어난 풍광은 가히 절경으로, 한강8경에 이름을 올렸을 정도다.

삼국을 통일한 신라는 당시 중원이었던 충주에 높이 14.5m에 이르는 높은 탑을 세웠는데, 이것이 통일신라시대에 세워진 탑 중 가장 규모가 큰 중앙탑(탑평리 칠층석탑, 국보 제6호)이다. 중앙탑을 중심으로 산책로와 조각품이 조성돼 있는데, 이곳은 드라마 <사랑의 불시착> 촬영지이기도 했다.

충주에서 손에 꼽는 차박지는 중앙탑공원에서 5km 거리에 위치해 있는 목계솔밭 야영장이다. 한때 나루터가 있던 곳으로 꽤 번성했으며, 지금은 노지 차박의 성지로 불릴 만큼 유명하다. 워낙 큰 규모라 한적하게 차박을 즐길 수 있고, 탁 트인 잔디밭과 울창한 소나무, 도도히 흐르는 남한강의 운치, 게다가 화장실을 비롯해 개수대까지 갖추고 있어 딱이다. 쌍벽을 이루는 곳으로 수주팔봉 야영장도 있는데, 워낙 유명한 곳이어서 한적한 맛은 예전만 못하지만, 주변 풍광은 그 어디와 비교해도 우월하다.




오롯이 하룻밤 깃들 수 있는 곳, 강원 홍천


인적 드문 산길을 걷는 등산이야말로 언택트 여행의 으뜸이 아닐까. 여기에 차박까지 더해진다면 이보다 좋은 힐링 여행은 없을 듯하다. 홍천강 주변에는 오를만한 산이 많아 가을철 등산과 단풍놀이를 겸하려는 사람들에게 인기가 높다. 그중 대한민국 100대 명산 금학산에서는 홍천강을 내려다보며 등산을 즐길 수 있어 더욱 좋다. 산은 그리 높지 않고 산길도 험하지 않다. 여기선 전망대에서 태극문양으로 흐르는 홍천강을 배경으로 사진 찍는 것을 잊지 말자.

등산이 부담스럽다면 가을의 깊이가 남다른 수타사 생태공원도 괜찮다. 홍천의 여러 단풍 명소 가운데 백미로, 공작산 생태숲과 천년고찰 수타사까지 함께 돌아볼 수 있어 일거양득이다. 게다가 이곳에 난 둘레길은 공기가 맑고 청정하다 하여 이름조차 산소길이다. 수타사에서 시작해 공작교-생태숲-귕소 출렁다리를 지나 계곡을 따라 되돌아오는 4.8km 구간으로 1시간 30분 정도니 무리도 아니다.

홍천강이 마을을 에두른 곳에는 모곡밤벌 유원지가 있다. 길게 이어진 강변을 따라 산책을 즐기기에도 그만이지만, 무엇보다 차박에 더없이 좋은 곳이다. 맑은 물과 드넓은 자갈밭, 곱게 물든 단풍에 공공화장실과 개수대도 있어 편리하다. 홍천 차박지는 대부분 홍천강을 따라 이어지는데, 야영장으로 지정되지 않은 노지인 경우가 많아 주차하기도 좋다. 낯선 사람과 마주칠 일 없고 오롯이 나만의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시간과 공간, 이것이 차박의 매력일 것이다. 그렇기에 차박은 평범한 여행을 풍성하게 만들어줄 언택트 여행임이 틀림없다.


2020.10.01

언택트 차박 여행

한때 붐을 이뤘다가 주춤했던 오토캠핑이 다시 인기다.
다만 예전처럼 많은 장비를 싣고 다니지 않고 차에서 숙박을 해결하는 이른바 차박(車泊) 형태다.
차박은 사람들과의 거리 두기가 일상이 된 요즘, 접촉을 최소화할 수 있는 여행으로 주목 받고 있다.
숙박을 차에서 해결하고, 식사 또한 차에서 도시락이나 간편식으로 대체하며, 대중교통보다 자차로 이동하는 방식이다.
답답한 시공간을 벗어나 혼자 또는 둘이서 떠나기 좋은 그곳들을 소개한다.

글. 편집실 / 사진. 김정호 / 장소. 더클라임

발길 닿는 대로 어디든 좋은 곳, 충남 태안

태안은 우리나라 20여 국립공원 가운데 유일하게 해안국립공원으로 지정된 곳이다. 태안반도와 안면도를 남북으로 아우른 230km의 해안선에는 27개의 아름다운 해변이 있다.
태안을 찾았다면 만리포해변을 그냥 지나칠 수 없다. 서해안에서 유일하게 서핑을 즐길 수 있는 곳으로 마니아들에게는 여름보다 가을이 성수기로 통한다. 2km에 달하는 모래사장을 하염없이 거닐거나 갯바위와 솔숲 속으로 발길을 들여도 좋다. 어디든 여유롭고 한산하니까. 중요한 것은 가슴 깊숙한 곳에 숨어 있는 도시인의 흔적을 바닷바람으로 날려버리는 것일 테다.

한편, 솔향이 가득한 안면도 자연휴양림은 들뜬 마음을 내려놓기 좋은 곳이다. 이곳 소나무는 키가 매우 크고 올곧게 자라는 육송으로, 고려 때부터 조선에 이르기까지 왕실에서 특별하게 관리했다. 그래선지 기품과 위용이 느껴진다.
안면도 자연휴양림과 가까운 곳에는 꽃지해변이 있다. 할미, 할아비 바위로 불리는 바위가 노을과 함께 어우러져 서해안 최고의 해넘이를 볼 수 있으며, 가까운 방포항은 환상적인 해넘이를 감상하며 하루를 마감하기 좋은 차박지다. 방포항은 한적하고 조용한 어항인데, 차박을 하려면 방포항과 방파제 그 인근 주차장을 이용하면 된다. 단, 노지 캠핑이라 미니멀하게 차박할 것을 추천한다. 음식을 해먹기보다 도시락이나 방포항 수산시장에서 회를 주문해 먹는 게 좋다. 이맘때는 전어회와 구이가 맛있다.

조용한 솔숲에서 차박을 하고 싶다면 삼봉해변, 기지포해변, 밧개해변도 좋고, 바다를 조망하며 호젓하게 즐기고 싶다면 무료로 이용 가능한 샛별해변을 추천한다.

물길 따라 역사와 자연을 만날 수 있는 곳, 충북 충주

충주의 탄금대는 신라 때 나라를 잃은 우륵이 가야금을 탄 곳으로, 빼곡한 소나무숲이 인상적이다. 울창한 솔숲길을 걸어가면 남한강과 바로 맞닿은 열두대에 닿는다. 임진왜란 때 신립 장군이 열두 번을 오르내리며 결사항전을 펼치다 최후를 맞은 곳이라 붙여진 이름이다. 깎아지른 절벽 위에서 보는 남한강의 빼어난 풍광은 가히 절경으로, 한강8경에 이름을 올렸을 정도다.

삼국을 통일한 신라는 당시 중원이었던 충주에 높이 14.5m에 이르는 높은 탑을 세웠는데, 이것이 통일신라시대에 세워진 탑 중 가장 규모가 큰 중앙탑(탑평리 칠층석탑, 국보 제6호)이다. 중앙탑을 중심으로 산책로와 조각품이 조성돼 있는데, 이곳은 드라마 <사랑의 불시착> 촬영지이기도 했다.

충주에서 손에 꼽는 차박지는 중앙탑공원에서 5km 거리에 위치해 있는 목계솔밭 야영장이다. 한때 나루터가 있던 곳으로 꽤 번성했으며, 지금은 노지 차박의 성지로 불릴 만큼 유명하다. 워낙 큰 규모라 한적하게 차박을 즐길 수 있고, 탁 트인 잔디밭과 울창한 소나무, 도도히 흐르는 남한강의 운치, 게다가 화장실을 비롯해 개수대까지 갖추고 있어 딱이다. 쌍벽을 이루는 곳으로 수주팔봉 야영장도 있는데, 워낙 유명한 곳이어서 한적한 맛은 예전만 못하지만, 주변 풍광은 그 어디와 비교해도 우월하다.

오롯이 하룻밤 깃들 수 있는 곳, 강원 홍천

인적 드문 산길을 걷는 등산이야말로 언택트 여행의 으뜸이 아닐까. 여기에 차박까지 더해진다면 이보다 좋은 힐링 여행은 없을 듯하다. 홍천강 주변에는 오를만한 산이 많아 가을철 등산과 단풍놀이를 겸하려는 사람들에게 인기가 높다. 그중 대한민국 100대 명산 금학산에서는 홍천강을 내려다보며 등산을 즐길 수 있어 더욱 좋다. 산은 그리 높지 않고 산길도 험하지 않다. 여기선 전망대에서 태극문양으로 흐르는 홍천강을 배경으로 사진 찍는 것을 잊지 말자.

등산이 부담스럽다면 가을의 깊이가 남다른 수타사 생태공원도 괜찮다. 홍천의 여러 단풍 명소 가운데 백미로, 공작산 생태숲과 천년고찰 수타사까지 함께 돌아볼 수 있어 일거양득이다. 게다가 이곳에 난 둘레길은 공기가 맑고 청정하다 하여 이름조차 산소길이다. 수타사에서 시작해 공작교-생태숲-귕소 출렁다리를 지나 계곡을 따라 되돌아오는 4.8km 구간으로 1시간 30분 정도니 무리도 아니다.

홍천강이 마을을 에두른 곳에는 모곡밤벌 유원지가 있다. 길게 이어진 강변을 따라 산책을 즐기기에도 그만이지만, 무엇보다 차박에 더없이 좋은 곳이다. 맑은 물과 드넓은 자갈밭, 곱게 물든 단풍에 공공화장실과 개수대도 있어 편리하다. 홍천 차박지는 대부분 홍천강을 따라 이어지는데, 야영장으로 지정되지 않은 노지인 경우가 많아 주차하기도 좋다. 낯선 사람과 마주칠 일 없고 오롯이 나만의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시간과 공간, 이것이 차박의 매력일 것이다. 그렇기에 차박은 평범한 여행을 풍성하게 만들어줄 언택트 여행임이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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