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SC에 해운업 왕좌 내준 머스크…
사업다각화 전략 성공할까?

올해 1월 글로벌 해운업계에 놀랄만한 소식이 전해졌다.
지난 50년간 해운업 최강자로 군림했던 덴마크의 머스크가 스위스의 MSC에 선복량(적재공간) 기준 세계 1위 자리를 내줬기 때문이다.

프랑스 해운분석기관 알파라이너에 따르면 MSC는 지난 1월 429만 3천 555 TEU (1TEU는 20피트 컨테이너 1개)의 선복량으로 427만 4천 703T EU를 기록한 머스크를 처음으로 추월했다. 현재 MSC의 선복량은 433만 7천 384만 TEU로, 점유율 17.1%로 세계 최대 규모를 자랑하고 있다.

머스크도 427만 9천 760 TEU(16.8%)의 선복량으로 MSC를 바짝 뒤쫓고 있다. 이어 프랑스 CMA CGM(327만 4천 775 TEU · 12.9%), 중국 코스코(292만 8천 114 TEU · 11.5%), 독일 하팍로이드(174만 2천 598 · 6.9%) 등이 뒤를 이었다.

물론 MSC와 머스크의 선복 차이는 근소했지만 ‘만년 2위’였던 MSC가 50년 만에 머스크를 제친 것은 해운업계에서 그 자체만으로 이슈가 됐다. 그렇다면 머스크는 지금과 같은 해운 최성수기를 맞아 왜 50년간 지켰던 왕좌를 내주게 됐을까.

사실 MSC의 머스크 추월은 이전부터 예견됐다. 2020년 코로나19 발발 후 물동량 증가와 선사들의 선복량 조절로 해상운임은 전에 없던 급등세를 보였다. 이에 따라 지난 10년간 극심한 불황을 겪었던 해운업체들의 실적도 덩달아 뛰어올랐다. 머스크의 매출이 2020년 394억 4천만 달러에서 지난해 617억 8천 700만 달러로 1.5배 넘게 증가한 것이 대표적이다. 비상장사인 MSC는 실적을 공개하지 않지만, 머스크를 능가하는 영업익을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러한 실적으로 확보한 여유자금을 활용하는 방법은 머스크와 MSC가 확연히 달랐다.머스크는 육상물류에서 항공운수까지 포함하는 종합물류기업으로의 외연 확장에 나섰지만, MSC는 해운업계의 전통적 투자 방식인 ‘규모 키우기’를 선택했기 때문이다.

먼저 머스크는 현재 공급망 지배력 강화를 목표로 해운과 물류를 양대 축으로 하는 경영전략을 펼치고 있다. 이커머스, 풀필먼트, IT 플랫폼 등에 대한 투자가 이러한 전략의 일환이다. 머스크는 2019년 미국 세관통관기업 밴디그리프트를 인수한 데 이어 인도 정보통신(IT) 솔루션 기업 블랙 벅과 영국 반품물류 기업 지그재그에 잇달아 투자했다. 이은 2020년에는 물류 자회사 댐코를 물류사업부문으로 흡수해 통합하고, 미국 풀필먼트 기업 퍼포먼스 팀과 미국 종합 물류센터 업체 비저블SCM, 포르투갈 풀필먼트 업체인 허브를 차례로 인수했다.

아울러 자체적으로 운영하는 항공 화물 자회사 스타에어에 더해 독일 항공 화물 업체인 세나토 인터내셔널도 지난해 품에 안았다. 머스크는 최근 홍콩계 물류업체 LF 로지스틱스를 36억 달러에 인수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하지만 머스크가 코로나19 확산 이후 단행한 해운 선복 투자는 4만 TEU에 그친 것으로 전해졌다.

머스크가 통합물류사업에 눈을 돌리는 동안 MSC는 규모의 경제를 노리고 공격적인 선복량 확보에 나섰다. 전통적인 해운업 투자 방식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 등에 따르면 MSC는 2020년 8월 이후 새 선박 43척과 중고 선박 60척을 사들인 것으로 전해졌다. 향후 선복량에 영향을 주는 선박 발주량도 87만 TEU에 달한다.

머스크와 MSC의 상반된 투자 전략에 대해선 업계의 평이 엇갈리고 있다. 특히 머스크의 사업 다각화에 대해선 ‘문어발’ 확장으로 해운 경쟁력을 갉아먹을 것이라는 전망도 있지만 해운업의 지평을 넓힐 것이라는 기대도 나온다. 해운업계가 글로벌 금융위기가 닥친 2009년 이후 선박 규모를 키우는 방식으로 운임 치킨게임에 돌입해 ‘제살깎아먹기’ 경쟁을 펼친 것을 고려하면 머스크의 이러한 사업 확대는 해운 생태계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머스크의 사업다각화 전략이 회사 경쟁력에 타격을 줄지는 지켜봐야 한다. 내실있는 규모 확장이 중요하기 때문이다”면서 “다만 MSC가 자사의 핵심 경쟁력을 극대화한 것도 좋게 평가해야 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김보경 기자
2022.04.14

NEWSLETTER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글로벌 SCM 전문기업
현대글로비스의 이야기를 전해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