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스마트 물류 솔루션 경쟁

현대글로비스는 지난 1일 고객사의 물류센터(warehouse)에 첨단 물류 기술을 구축해주는 ‘스마트 물류 솔루션’ 사업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운송·관리 등 물류 전 과정에서 인공지능(AI), 빅데이터, 로보틱스 등 다양한 IT 기술을 적용해 최적의 효율성을 도출해주는 사업을 전개하겠다는 것이다. 고객사에 스마트 물류 컨설팅은 물론, 자동화 설비 도입, 시스템 개발 등 스마트 물류센터 구축 전 과정의 토탈 솔루션을 선보이겠다는 계획이다. 현대글로비스는 첨단 물류 솔루션 기업인 스위스로그의 자동화 설비 2종을 한국에서 판매할 수 있는 권리를 확보하기도 했다.

현대글로비스가 ‘스마트 물류 솔루션’ 사업을 새 먹거리로 삼겠다고 발표하기 며칠 전, 새벽배송 기업인 컬리(마켓컬리)도 ‘소프트웨어 솔루션 기업’이 되겠다는 목표를 공개했다. 새벽 배송을 통해 확보한 물류 노하우를 다른 기업에 판매하는 ‘SaaS’(서비스로서의 소프트웨어) 사업을 전개하겠다는 것이다. 컬리가 ‘롤모델’로 주목하고 있는 회사는 영국의 ‘오카도’로 알려졌다. 오카도는 온라인 식료품 판매 업체이면서, 온라인 식품 배송에 특화된 물류 시스템을 B2B로 판매하는 물류 테크 기업이다.

컬리 같은 유통 기업 뿐만 아니라 뛰어난 소프트웨어 개발자들과 많은 IT 기업들도 스마트 물류 사업에 뛰어들고 있다. 현대글로비스 발표 이틀 후인 지난 3일 카카오엔터프라이즈는 인공지능 기반 물류 플랫폼 ‘카카오 i 라스(LaaS)’ 출범 행사를 열었다. ‘서비스로서의 물류’(Logistics as a Service)를 표방한 카카오는 화주와 물류센터 운영사를 이어주는 온·오프라인 통합 스마트 물류 생태계를 구축하겠다는 목표를 내걸었다. 자체 클라우드를 통한 운영 안정성과 완성도 높은 소프트웨어 플랫폼 등을 차별점으로 제시했다. 한진·롯데글로벌로지스·CJ대한통운 등 택배기업과 협업해 화주들의 배송 효율화를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백상엽 카카오엔터프라이즈 대표는 “화주는 합리적인 비용으로 물류 서비스를 이용하고, 물류사는 더 많은 물류를 처리할 수 있게 해 모든 참여자들이 이익을 보는 생태계를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스마트 물류 산업에 유통·물류·IT기업들이 동시 다발적으로 뛰어들면서 무한 경쟁이 펼쳐지고 있다. 물류업계가 셀러·화주들의 물건 배송을 대행해주는 ‘3자 물류’(3PL)를 넘어, 풀필먼트 서비스(보관·포장·재고관리·교환환불 등 물류 일괄 대행)로 사업을 진화시킨데 이어, 물류센터 구축 및 컨설팅에 이르는 솔루션 사업까지 확장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국내 다수 기업이 ‘서비스로서의 스마트 물류’ 사업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이 전쟁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이미 사업을 전개하고 있는 주요 글로벌 업체들의 성공 사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컬리가 롤모델로 삼은 오카도다. 2000년 영국에서 설립된 오카도는 컬리처럼 온라인으로만 식료품을 판매하는 온라인 슈퍼마켓이다. 오카도는 자동화된 물류센터를 구축해 비용을 줄이고 생산성을 높였는데, 이 과정에서 확보한 물류 시스템을 ‘오카도 스마트 플랫폼(OSP)’이라는 상품으로 만들어 판매하고 있다. 오카도는 필요한 기업을 위해 자동화 물류센터를 구축해줄 뿐 아니라, 데이터에 기반한 수요 예측, 재고 관리, 효율적인 배차·배송 서비스가 가능한 솔루션을 제공한다.

영국 런던 남동부에 있는 오카도의 물류 창고를 들여다보면 사람은 전혀 보이지 않는다. 바퀴가 8개 달린 육면체 로봇이 거대한 격자무늬로 돼있는 길 위를 빠르게 돌아다닐 뿐이다. 로봇들은 식료품이 담겨 있는 수많은 상자 위를 지나간다. 이 격자 무늬 길 아래 있는 상자들은 벌집처럼 생겼다는 의미로 ‘하이브(Hive)’로 불린다. 로봇들은 하이브에서 소비자들이 주문한 물품을 정확하게 꺼내 쇼핑백에 담는다. 하이브의 맨 위의 상자가 비워지면, 곧바로 아래 상자가 자동으로 올라온다. 로봇 하나는 5분 만에 1건의 주문을 처리하는데, 이는 숙련된 근로자보다 5배 빠른 속도다. 이 창고에선 로봇 2000여대가 하루 20시간 쉬지 않고 200만개 이상의 물품을 분류하며, 창고 한 곳이 대형 슈퍼마켓 35개에 버금가는 기능을 한다고 한다.

현대글로비스가 판권을 확보한 스위스로그 역시 뛰어난 물류 자동화 기술력을 확보하고 있다. 스위스로그는 1900년 설립된 자동화 설비 전문기업으로 창고를 테트리스처럼 쌓아올린 블록처럼 만들어 공간 낭비를 최소화하고, 부지만 있으면 손쉽게 창고를 무한 확장할 수 있는 솔루션을 갖고 있다. 도요타는 미국 켄터키주 공장에서 스위스로그의 선반 이동용 로봇을 활용하고 있으며, 최근 이케아는 크로아티아 매장에 스위스로그를 통해 마이크로풀필먼트센터를 구축하기도 했다.

향후 경쟁상대는 더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현재 전국 단위 로켓배송을 위해 물류센터를 확충하고 있는 쿠팡도, 자체 물류 시스템 구축이 완료되면 컨설팅 사업에 본격 나서지 않으리라는 법이 없다. 신세계는 최근 이베이를 인수한 뒤, SSG닷컴은 신선식품, G마켓·옥션은 비식품 배송 노하우를 강화하는 스마트 물류 시스템을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은 수년 전 이마트 물류센터를 구축할 당시부터 오카도의 사업 모델을 주목해왔다. 세계 최대 이커머스업체 아마존 역시 현재 풀필먼트 사업에 집중하고 있지만, 언제 물류 컨설팅 사업을 시작해도 이상하지 않을만큼 세계 최고 수준의 물류 효율화를 달성하고 있다.

그렇다면 현대글로비스가 스마트 물류 솔루션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스마트 물류는 최적의 재고 관리와 정확하고 빠른 분류 및 배송 등을 통해 시간과 비용을 줄이는 것이 핵심이다. 이를 위해서는 로봇을 활용한 고도의 ‘자동화’가 필수적이며, 효율성을 극대화한 ‘소프트웨어 알고리즘’이 경쟁력을 가르는 최대 요소다. 또 고객들이 원하는 맞춤형 솔루션을 제공하기 위해서는 기업마다 필요한 최적의 스마트 물류 시스템이 무엇인지 파악해야 한다.

이런 사업을 위해선 ‘디테일’에 강한 인재 확보가 필수적이다. 특히 자동화 로봇의 이동경로 알고리즘 등 고도의 소프트웨어를 개발할 수 있는 개발자 확보가 우선 필요하다. 주요 글로벌 업체들의 물류 효율화 비법을 심층 분석하고 장단점을 비교 분석하는 능력도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 해외 현장을 최대한 많이 직접 방문해 보고 듣는 것도 중요해 보인다. 현대글로비스가 지분 투자에 참여한 현대차의 ‘보스턴다이내믹스’의 로봇 기술을 어떻게 활용해 시너지를 낼지 고민하는 것도 스마트 물류 사업의 과제 중 하나다.

조선일보 류정 기자
2022.0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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