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전통의 강력한 유혹
트렌드가 된 전통, 힙 트래디션(Hip Tradition)

고려청자 굿즈를 완판시키고 전통시장을 찾아 다니며 SNS에 인증샷을 남기는 요즘 세대에게 전통적인 것은 색다른 매력으로 인식된다. 전통을 그대로 가져오기보다는 현대 문화와 적절히 어우러져 새로운 트렌드를 만드는 것이 ‘힙’하다고 느껴지는 것이다.

박물관 굿즈인 ‘뮷즈’를 구경하고 있는 사람들, 출처: 국립박물관재단

힙 트래디션의 등장

지난 몇 년 사이 전통을 재해석한 힙 트래디션(Hip Tradition)이 인기다. 힙 트래디션은 자신만의 개성을 뜻하는 ‘힙(hip)’과 전통적인의 ‘트래디셔널(Traditional)’의 합성어로 전통문화를 현대적인 방식으로 소비하는 트렌드를 뜻한다. 새로운 복고의 유행을 뜻하는 뉴트로(Newtro), 할머니의 입맛, 취향을 닮은 밀레니얼 세대의 소비인 할매니얼과도 비슷한 맥락을 지니지만, 힙 트래디션은 한옥, 한복, 전통주 등 보다 예스러운 것에 대한 관심, 소비가 두드러진다. 빠르게 변화하는 트렌드 속 변하지 않는 가치, 미감, 맛 등을 추구하며 오래된 것에서 새로움을 찾는 ‘Old but New’가 인기를 끌고 있는 것. 단순히 한국적인 문화, 음식 등을 사랑하는 데서 기인한 애국심이 아닌 그 속에서 변하지 않는 가치를 찾아내는 데 본질을 두고 있다. 오래도록 우리 곁을 함께한 것에서 클래식하고도 전통적인 멋을 찾아내는 것이 힙 트래디션이다.

트렌디한 굿즈를 사러 박물관으로

국립박물관 문화상품 뮤지엄샵에서 구매할 수 있는 금동대향로 미니어처(좌)와 반가사유상 미니어처(우), 출처: 국립중앙박물관 홈페이지

힙 트래디션 트렌드를 바로 확인할 수 있는 곳은 국립박물관이다. 국립박물관문화재단이 박물관 굿즈샵을 통해 선보인 후 초도물량이 모두 완판될 만큼 큰 인기를 끈 ‘금동대향로 미니어처’, ‘반가사유상 미니어처’ 등 국립박물관 굿즈인 ‘뮷즈’가 이러한 트렌드를 견인한다.

‘반가사유상 미니어처’는 대한민국 국보 83호 ‘금동미륵보살반가사유상’을 굿즈로 만든 것으로 왼쪽 다리 무릎에 오른쪽 다리를 올린 ‘반가(半跏)’ 자세를 한 것이 특징이다. 특히 BTS의 리더 RM이 ‘반가사유상 미니어처’를 구입한 걸로 알려지면서 연이은 품절사태를 빚기도 했다. 이와 함께 ‘금동대향로 미니어처’는 조형 솜씨가 훌륭하다고 손 꼽히는 대한민국 국보 287호 ‘백제 금동대향로’를 인센스 홀더, 틴 케이스 등 다용도로 사용할 수 있게 만든 굿즈다.

국립박물관을 방문한 관람객들, 출처: 국립중앙박물관 홈페이지

2023년말 주니어 인사이트 교육 프로그램으로 국립중앙박물관을 찾은 현대글로비스 직원들

이러한 굿즈의 인기를 기반으로 지난해 전국 국립박물관을 찾은 관람객은 사상 처음 1000만 명을 돌파했다. 기록적인 수치였던 2019년의 998만 명을 넘어 무려 1,047만 명이 다녀간 것이다. 이는 국민 5명 중 1명이 방문한 것과 마찬가지로, 힙 트래디션이 우리 사회의 주요 트렌드임을 확인케 했다. 국립박물관 굿즈 ‘뮷즈’의 매출액 또한 증가했는데 2019년 86억 원을 기록한 것에 반해 2022년 117억, 2023년 149억 원의 판매고를 올리며 큰 주목을 받았다. 국립중앙박물관의 ‘금동대향로 미니어처’, ‘반가사유상 미니어처’를 필두로 덕수궁 문화상품 ‘오얏꽃 오일램프’ 등 다양한 ‘내셔널 굿즈’의 인기가 이어지고 있다.

뮷즈에서 구매할 수 있는 고려청자 디자인의 스마트폰 액세서리들

덕수궁 문화상품인 ‘오얏꽃 오일램프’(좌)와 조선왕실등 만들기 키트(우)

힙 트래디션을 따라 고궁과 재래시장으로

야간 개장한 경복궁 관람권을 구매하는 티켓팅 페이지, 출처: 인터파크 홈페이지

박물관 전시, 굿즈의 인기는 시작일 뿐이다. 가을마다 열리는 경복궁, 창경궁, 덕수궁 등 고궁 야간 개장은 오픈과 동시에 순식간에 매진되며 피 튀기는 티켓팅을 뜻하는 ‘피케팅’, ‘궁케팅’이란 말까지 나온다. 늦은 밤 고즈넉한 고궁의 풍경을 즐기며 인증샷을 남기고자 하는 사람들 덕분에 3천 원대의 고궁 입장료는 7배에 달하는 2만 원대까지 웃돈으로 거래되기도 한다. 옛것에 대한 향수는 전통시장 방문 빈도 및 매출에서도 드러난다.

새단장한 예산시장을 찾은 사람들, 출처: 더본코리아

레트로 열풍으로 인해 옛 향수를 느낄 수 있는 장소와 할매니얼 입맛의 간식이 인기를 끌면서 전통시장은 ‘젊은 층의 놀이터’로 새롭게 떠올랐다. 도시에서 로컬다움을 경험할 수 있다는 점도 MZ세대의 관심에 부합했다.

실제 BC카드 신금융연구소의 데이터에 따르면, 지난 2019년부터 2023년까지 전국 주요 전통시장 15곳에서 발생한 매출을 분석한 결과, 지난 2019년 4월까지의 매출 대비 2023년에 발생한 매출이 149% 상승했다. 백종원 대표의 더본코리아가 리뉴얼을 이끌어낸 충남 예산시장은 2019년 대비 2023년 MZ세대 고객의 방문 증가율이 934%까지 올랐다. 이밖에도 서울 신당시장 117%, 강원 강릉 중앙시장 70%, 제주 동문시장 25% 등 전국 여러 지역의 재래시장 방문 빈도가 상승한 것으로 확인된다.

가장 힙한 패션, 한복

패션쇼에 등장한 개량한복, 출처: 단하 홈페이지

한복 역시 최근 힙 트래디션 트렌드의 주역이다. 먼저 이전까지 기성세대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개량한복의 인기다. BTS 정국, 이효리 등의 셀럽이 개량한복을 데일리룩으로 입으면서 대중에게도 큰 관심을 모으고 있는 것이다. 편안한 착용감과 자연스러운 색감이 매력적인 개량한복은 최근 생활한복으로 진화하며 멋스러움을 더하고 있다. 생활한복은 디자인뿐만 아니라 소재, 제작법, 입는 방식 전체를 현대화함으로써 명절이나 결혼 등 특별한 날을 넘어 일상적으로도 한복을 즐길 수 있도록 한다. 생활한복의 대표 브랜드 리슬은 펑키한 디자인과 함께, 세탁이 용이한 소재, 누구나 편하게 입을 수 있는 방식 등을 제안해 한복 현대화에 힘쓰고 있다.

김단하 디자이너가 디자인한 저고리, 두루마기를 입은 BLACK PINK의 How You Like That 뮤직비디오, 출처: 유튜브 BLACKPINK 채널

한편 한복이 이렇게 큰 인기를 끄는 데는 K-POP의 인기도 한몫하고 있다. 2020년 6월 걸그룹 블랙핑크가 How You Like That 뮤직비디오에서 김단하 디자이너의 단하주단 저고리, 두루마기를 입고 나오자 해외 팬들 사이에서 한복차림 커버 댄스가 붐을 이뤘다. 또한 2022년 걸그룹 IVE 멤버 장원영은 프랑스 파리 패션위크에서 봉황 문양 비녀를 꽂고 등장하기도 했다. 아이돌의 이러한 행보는 한복이 지닌 예스러운 이미지를 내려놓고 어떠한 스타일, 디자인에도 자연스럽게 녹아들 수 있음을 보여준다.

시시각각 트렌드가 변하는 요즘, 힙 트래디션이 주목받는 이유는 보다 우리 곁에 오랜 시간 머물며 우리 정체성의 한 축을 담당해온 전통에 끌리기 때문은 아닐지 생각해본다. 힙 트래디션을 단순히 MZ세대의 유행으로 치부하는 대신 우리만이 지닌 문화, 의미적 가치로 바라보는 것은 어떨까.

현대글로비스에서는 글로비스인이 나아가야 할 방향에 길잡이가 되어줄 현대글로비스 라이프스타일2.0이 있습니다. 작년 열린 라스2.0 페스티벌에서는 다양한 미션을 완료하면 받을 수 있는 굿즈들로 풍성하게 채워졌습니다. 올해는 어떤 다양한 페스티벌 프로그램과 굿즈들로 라스2.0이 열릴지 기대해보는 것은 어떨까요?

 편집실
2024.0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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