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듄’을 보기 전에 읽어볼 만한 얘기들

  1. 지난 12일(현지 시각) 미국 캘리포니아 샌프란시스코에서 구글 웨이모의 자율주행 로보 택시가 군중의 공격을 받고 불에 타는 사건이 발생했다. 다행히 차에 탄 사람이 없어 인명 피해는 없었지만 거리에 시민들이 자율주행 차량의 유리창을 부수고 불을 질렀다. 이를 두고 최근 연이은 로보 택시 사고 등에 반감을 가진 이들의 분노가 표출된 게 아니냐는 분석이 제기됐다. 일종의 반달리즘(vandalism)이란 얘기다.

영화 ‘듄: 파트2’가 28일 개봉한다. 영화 이야기를 하기 전 미국에서 벌어진 일을 꺼낸 건, 이 사건이 듄의 세계관과 매우 닮아있기 때문이다. 소설이 원작인 이 영화의 주된 배경은 AI(인공 지능)등 과학 기술이 극도로 발달한 1만년 이후의 시기다. 말 그대로 과학 문명의 최첨단을 달리던 때의 이야기인데, 이 시기의 인간 역시 우리와 비슷한 장면을 본다.

작품 속 인류는 AI에 대한 의존이 심해지고 스스로의 지능이 퇴화하는 단계에 이르면서, AI에 대한 반감을 갖기 시작한다. 이는 AI가 인간성을 말살한다는 생각으로 이어지며 전 우주에 인간 중심 사조를 불러오고, 결국 ‘버틀레리안 지하드’라는 이름의 반(反) 기계 운동이 확산한다. 모든 기계와 AI를 파괴해 인간이 중심이 되는 세상을 회복하자는 일종의 성전(聖戰)이다. 이로 인해 컴퓨터를 사용하는 사소한 행위조차 모조리 금지된다.

2. 인간은 그토록 공을 들였던 과학 기술을 철저히 파괴한다. 버틀레리안 지하드 시기 과학과 기술은 인간의 적 그 이상, 이하도 아니다. 동시에 인간은 직관이나 예지력 같은 인간이 가진 원천적 사고의 힘을 키우기 위해 노력한다.

소설 속에서 이 같은 행위는 성간(星間) 이동이라는 매개를 통해 나타난다. 은하 제국의 통치를 위해선 빠른 속도의 성간 이동이 필수인데 반 기계 운동이 펼쳐지며 이런 행위가 불가능해진 게 배경이다. 이는 은하 제국의 통치 자체를 어렵게 하는 위험 요소다.

결국 일부 집단이 인간의 초인적인 예지력을 이용한 항해술을 개발한다. 특수하게 훈련받은 이들의 정신을 극도로 고양시켜 AI가 맡았던 역할을 대체하게 한 것이다.

문제는 이를 위해선 인간의 정신을 고양해 줄 ‘스파이스 멜란지’라는 특수 물질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는 ‘스파이스=권력’이라는 구도를 만든다. 한정된 자원은 갈등의 씨앗이 되고 이는 소설 속에서도 마찬가지다. 스파이스를 얻는 자가 제국 통치의 최상단에 오르는 구조가 만들어지면서, 이를 차지하려는 다툼이 영화의 커다란 한 축이 된다.

3. 그러나 소설이 이 같은 상황을 설정하면서 말하고 싶어하는 건 ‘인간의 자유의지’ 같은 좀 더 심오한 주제다. 티모시 살라메가 연기한 주인공 폴 아트레이데스는 AI와 가장 대척점에 서 있는 존재다. 그는 기계와 AI 대신 인간의 초인화를 꿈꾼 이들이 인위적 혈통 교배를 통해 만든 초인 ‘퀴사츠 헤더락’이다. 인간의 정신적, 육체적 한계를 초월하고 과거와 미래를 꿰뚫는 존재. 매트릭스의 주인공 네오와 닮았다.

듄은 폴 아트레이데스를 매개로 인간의 직관과 자유의지에 대한 철학적 의문을 던진다. 퀴사츠 헤더락이란 초인이 미래를 예지한 메시아이고 이를 토대로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건 운명이란 것은 정해져 있다는 뜻일까. 여러 미래 중 가장 나은 미래를 예지해 그를 현실화 하는 것이라면, 폴에게 생(生)이라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실제 폴은 여러 차례 자신이 괴물이 돼버렸다는 이야기를 하고, 미래를 가늠하며 고통스러워 하는 모습도 비친다. 그의 의지 따위는 이미 상실돼 있음을 폴 스스로 자각하는 순간이다.

이는 근세 철학자인 스피노자의 자유의지 이론에 기댄 것으로 보인다. 스피노자는 인간이 자유의지를 가졌다고 생각하는 건 자기의 행위 원인에 대해 무지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유명한 스피노자의 사유 실험을 통해 이해하면 쉽다. 그는 중력에 의해 자유낙하 하는 펜이 존재하고, 이 펜이 의식을 갖고 있다고 가정했다. 이 펜은 지구의 중심을 향해 필연적으로 낙하하지만, 자신의 자유의지에 의해 떨어지고 있다고 생각한다는 게 스피노자의 견해다. 결코 자신의 궤적이 다른 사물에 의해 결정된다고 생각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인간의 자유의지 역시 이와 다르지 않다는 뜻이다.

4. 소설 듄은 프랭크 허버트라는 프리랜서 언론인이 1960년대 썼다. 결말의 이야기와는 상관없이 이야기를 다루는 큰 축이 일종의 비관주의적 사고에 기초한다. 인간은 이성과 과학이란 도구를 지녔지만, 인간 스스로를 통제하는데 큰 어려움을 마주해왔고, 마주할 것이라는 게 그의 생각이다. 나 역시 그의 팬이지만 세상만사를 고깝게 보는 언론인 특유의 직업관을 행간 속에서 자주 만났다.

이는 프랭크 허버트가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이는 또 다른 SF 걸작 ‘파운데이션’과 비교되는 지점이다. SF의 3대장이라 불리는 아이작 아시모프가 쓴 이 책은 인간의 이성과 과학이 미래와 번영을 가져다준다는 일종의 낙관주의 아래 쓰인 책이다. 파운데이션은 과학자들이 돌발 변수를 예측해 피해를 최소화하고 가장 최선의 길을 제시해 준다는 믿음에 기반하고 있다. 일론 머스크가 이 책의 팬을 자처하며 파운데이션이 스페이스X 사업을 추진하는데 근거가 됐다고 공개적으로 밝힌 바 있는데, 그 역시 ‘우주와 인류를 위한 과학 기술’이라는 논점을 유지하고 있다. SF의 명저로 비슷해 보이는 두 책이 서로 상반된 믿음에 기대어 작성됐다는 뜻이다.

AI 등 기술 발전 속도 못지않게, 인간과 사회가 이를 어떻게 바라보고 대하는지 바라보는 건 흥미롭다. 최근 테크 관련 뉴스가 꽤나 재밌게 느껴지는 이유다. 샌프란시스코에서 벌어진 사건 역시 둘 관계를 나타내는 한 단면으로 느껴진다. 듄을 통해 선행학습을 하는 것도 나쁘지 않은 선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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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김아사 기자
2024.0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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