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처방해 드립니다!
큐레이션 서점 시대

독서 인구가 줄어들면서 새로운 모습으로 탈바꿈한 서점이 쏙쏙 등장하고 있다. 바야흐로 ‘책을 처방하는’ 큐레이션 서점의 시대다. 큐레이션의 의미와 서점과 어떤 ‘합’을 이루어내는지 알아보고, 가볼 만한 큐레이션 서점을 소개한다.

‘대신’ 골라주는 큐레이션 시대

큐레이션(curation)이란 단어가 낯설 수도 있지만, 이미 우리는 개인의 취향을 분석해 적절한 정보를 추천해주는 큐레이션 시대에 살고 있다. 넘쳐나는 상품, 쏟아져 나오는 정보와 콘텐츠 속에서 무엇을 선택해야 할지 몰라 당황해하는 누군가를 위해, 또는 검색도 귀찮으니 나에게 필요한 것을 빠르고 효율적으로 찾아 달라는 누군가를 위해 큐레이션 서비스는 진행 중이다.

이런 추세는 AI(인공지능), O2O(Online to Offline)와 같은 첨단기술과 결합해 더욱 정교화된 알고리즘으로 개인 맞춤화 시대를 열고 있다. 포털 사이트, 페이스북 피드, 유튜브 영상 등은 나보다 더 나를 아는 듯 맞춤형 콘텐츠를 보여주며, 그 주제는 뉴스, 경제, 음식, 패션, 인테리어 등 한계를 가늠할 수조차 없다.

서점의 변신은 무죄, 북 큐레이션

아날로그의 상징과 같은 책도 큐레이션 시대를 맞이했다. 그중 큐레이션 서점에 주목해보자. 이곳은 첨단 기술이 아닌, 서점 주인의 취향을 바탕으로 서점에 들일 책을 섬세하게 고른다는 점이다. 사람의 감각과 손길이 닿는다는 의미에서 한결 아날로그적인 큐레이션이라 할 수 있다. 이곳에서는 책 한 권 한 권이 훨씬 소중하게 대접받는다.

큐레이션 서점을 찾는 고객 역시 비슷한 마음의 결을 지닌 채 서점에 들어선다. 단순히 읽을 책을 사기 위해서만이 아니라, 서점이 풍기는 분위기와 공간, 자체 콘텐츠, 주인의 매력까지도 만끽하고 싶어 한다. 서점마다 개성이 강하니 발품을 팔다 보면 내 취향을 저격하는 곳을 발견하게 된다. ‘오늘은 어떤 책을 만날까?’ 하는 설렘을 품고 일부러 라도 먼 길을 찾아 나서게 만든다. 물론 온라인 구매가 가능한 큐레이션 서점도 있으니 귀차니스트들도 실망하지 말기를.

1. 어쩌다 산책

계절에 따라 큐레이션 주제가 바뀌는 ‘어쩌다 산책’

폭우와 무더위에 일상의 즐거움을 포기하고 살았다면, 늦여름 큐레이션 서점 나들이로 기분을 전환하고 취향 발견의 기회를 가져보는 건 어떨까? ‘어쩌다 산책(@ujd.promenade)’은 서점과 카페, 갤러리로 구성한 복합문화공간으로 몸과 마음의 산책을 위한 서점이다. 루버 디자인을 적용한 공간은 느슨하게 분리되어 있지만 단절되지 않는 묘한 연결성을 갖는다. ‘어쩌다 산책’은 산책의 감각이 달라지는 계절을 주기로 하나의 주제를 선정해 공간을 유기적으로 운영하고, 서점에서는 삶과 결이 닿아 있는 주제 안에서 심도 있게 고민해볼 수 있는 책을 큐레이션 해 전시, 소개한다.

‘어쩌다 산책’의 어쩌다 프로젝트 김수진 디렉터는 “정확한 답을 알려주는 책이 아닌, 길을 잃더라도 그 자체를 즐길 수 있는 책을 소개합니다. 고객이 이곳에서 산책이라는 행위처럼 당장에는 무용해 보이지만 그 자체로 아름답고 의미 있는 시간을 보낼 수 있기를 바랍니다”고 말한다.

2. 위트앤시니컬

시집 전문 서점 ‘위트앤시니컬’

‘위트앤시니컬(@witncynical)’은 시를 쓰고 시집을 출판하는 유희경 시인이 운영하는 시집 전문 서점이다. 혜화동에서 70년가량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는 동양서림 내 2층에 있다. 공간은 책등이 보이는 책꽂이 서가와 주인장이 선정한 시집을 책 표지가 보이게 진열한 오늘의 서가로 구분된다. 테마에 따라 시집을 전시하듯 진열하고, 낭독회나 강연을 열고 있으니 시가 갖는 아름다움과 힘을 경험해봐도 좋겠다.

3. 게으른 정원

책을 매개로 위로와 휴식을 전하는 ‘게으른 정원’

김포 구도심 북변동에 위치한 ‘게으른 정원(@lazy_garden_)’은 언제든 와서 느긋하게 머물다 갈 수 있는, 휴식이 되는 정원 같은 서점이다. 이소현 대표는 직접 책을 선정하고 고객과 나눴으면 하는 메시지 혹은 고객 요청이 많은 책을 주제별로 나눠 코너를 마련했다. 이 대표가 읽은 책 중 추천하고 싶은 책에는 코멘트를 적은 메모지를 남겨두어 책 고를 때 힌트가 된다. 언론사에서 인포그래픽 디자이너로 일했던 주인장의 경력을 살려 퍼스널 브랜딩 수업을 진행하기도 한다.

“북 큐레이션이라는 것은 결국 책방이 손님에게 어떤 메시지를 권하고 싶은지를 정하는 일 같아요. 시간이 흐르면 깊어지고 변화하기도 하죠. 초창기에는 감정과 마음 챙김에 대한 큐레이션을 많이 했다면 2년 차가 되면서 경제적 자유나 자기 계발, 페미니즘 등 큐레이션 주제가 다양해졌어요. ‘게으른 정원’에서 문장에 위로 받으면서 자신과의 온전한 시간을 보내기를 바라요. 그리고 그 시간으로 한 주를 멋지게 살아 내기를 바랍니다.”

4. 밤의 서점

밤에 펼쳐지는 자신과의 만남, ‘밤의 서점’

연희동 골목에 자리한 ‘밤의 서점(@librairie_de_nuit)’은 이름처럼 오후 5시에 문을 연다. 밤은 낮보다 자신의 마음을 더 잘 들여다볼 수 있는 시간이라는 생각에서 근사한 이름이 탄생했다. 2열로 도미노처럼 서 있는 서가가 마치 미로 속에 들어온 기분을 들게 하는데, 그 사이사이 책을 읽을 수 있는 편안한 자리가 눈에 띈다. ‘밤의 서점’은 베스트셀러와 신간이 아닌, 덜 알려진 좋은 책을 발굴해 소개한다. 책에는 독자가 마음의 빛을 찾아갈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은 코멘트가 달려 있다. 그 코멘트가 친절한 길잡이가 되어줄 것이다.

편집실
사진 제공 게으른 정원, 밤의 서점, 어쩌다 산책
2022.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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